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밖에 비가 오나?'
새벽 5시.
천둥이 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침대가 20개 정도 되는 방이었는데, 다른 사람들도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히 짐을 싸고 있었다.
단 한 사람.
내 옆 침대의 천둥 신 토르는 세상 모르게 코를 골면서 자고 있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더 자고 싶어 눈을 감아보았지만, 어지간해야지.
도저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싸고 나왔다.
밖은 어두웠지만, 가로등 불빛 덕에 방향을 잃지는 않았다.
동트는 새벽.
이렇게 이른 시각에 밖에 나와본 게 얼마 만인가?
차가운 공기를 깊숙이 들여마시며 발걸음을 옮기자 햇살이 앞길을 밝혀주었다.
일찍 나온 덕인지 다음 마을인 포베냐에 도착할 즈음이 아침을 먹을 시간이다.
또르티야와 카페 솔로.
간단하게 시장기를 달래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포베냐 파도가 좋은지 아침부터 서핑을 즐기는 사람이 곳곳에 보였다.
풍경에 홀려서인지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이정표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빨간 지붕에 빨간 대문. 그리고 빨간 자동차가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사진을 한 장 찍고 지나쳐갔는데!
바로 그 집 옆으로 들어가야 했었다.
비록 조금 헤매긴 했지만,
포베냐(Pobeña)에서 엘 아야(El Haya)로 향하는 이 길이 정말 아름답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 길에서 단 하루만 걸어야 한다면, 이 길이다.
드디어 바스크 지방을 지나 칸타브리아 지방까지 왔다.
오는 길에 염소 무리를 만났다.
좁은 외길에서 만났는데 겁을 먹었는지 소리를 빽빽 지르며 정신없이 주위를 맴돌았다.
체구가 작긴 하지만 뿔 달린 녀석이 미친 듯이 뛰어다니니 손에 땀이 났다.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초입까지는 다리에 힘이 남아있었는데, 알베르게까지 거리가 한참이다.
도저히 힘이 안 났지만,
길거리에서 파는 츄러스를 사 먹었더니 힘이 조금 난다.
역시 츄러스는 밖에서 파는 게 맛있다.
어렵사리 알베르게에 도착했으나, 방은 이미 가득 찼다.
그러나 친절한 호스피탈레로는 알베르게 뒤편에 텐트 몇 동을 세워두고, 지친 여행자들에게 몸을 뉘일 자리를 내주었다.
텐트에 짐을 풀고 순례자 메뉴를 먹으러 나갔다.
큰 기대는 없었다.
그저 가까운 데서 든든하게 먹으면 그만.
주방이 준비되는 동안 시원하게 맥주 한잔하고 순례자 메뉴를 주문했다.
볼로네즈 파스타와 마카로니 참치 샐러드로 음식이 들어온다는 신호를 주고 두번째 메뉴를 골랐다. 뭐가 맛있을지 몰라서 추천을 부탁했더니 아저씨가 생선이 맛있다고 하신다.
그래서 금붕어(dorada) 와 유럽농어(lubina) 요리로 결정!
신선한 생선인지 맛이 정말 좋았다.
후식은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치즈 플랑(flan) 과 초콜릿 트뤼플이 디저트 전문점 수준으로 맛있었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고 사진 한 장 같이 찍어도 되겠냐고 여쭈었더니 잠시만 기다리라며 술을 한잔 따라주신다.
이 지역의 술인 오루호(orujo) 다.
맛에 감탄하고 친절함에 또 한 번 감동했다.
그런데 상호가 기억나질 않는다.
식당 위치는 Calle de Silvestre Ochoa, 17, 39700 Castro Urdiales, Cantabria다.
지금은 폐업했다고 나오는 Nuevo Barlovento 였던가, 아니면 지금 장사하는 Sidrería Pachín de Melás 였나?
그러나 그 맛을 혀는 기억하리라.

새벽 길-'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동 틀 무렵-'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얼굴 그라피티-'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민달팽이-'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꽃-'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외계인 그라피티-'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터널-'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개 조심-'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포베냐 해변-'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포베냐 아침식사 또르티야-'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서퍼-'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파도-'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빨간 자동차-'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바다-'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바다-'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바다-'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바다 길-'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바다-'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이정표-'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폐허-'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바다-'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무너진 길-'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나무-'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말-'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염소-'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염소-'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바다-'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바다-'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파스타-'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초콜릿 트러플-'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포르투갈레테에서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 (Camino del Norte - Portugalete to Castro Urdial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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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등산화에 발목이 자꾸 쓸려서, 누군가 숙소에 두고 간 운동화를 신고 출발했다.
초반부터 좁은 산길이 나왔는데, 가시가 달린 나무도 많아서 다리가 이리저리 쓸리고 피도 나고 고생이 많았다.
그래도 뭐 생명에는 큰 위협이 없었는데,
잠시 후에 커다란 난관이 나타났다.
황소.
주황색 우비에 빨간 배낭을 멘 사람을 만난 황소는 화가 단단히 났다.
이럴 땐 정말 차분해야 한다.
우선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소가 마음을 풀기를 기다려 본다.
소와 눈을 맞추고 웃어보지만,
아무래도 누군가 죽거나 눈앞에서 사라지기 전에는 그 분노가 사라지지 않을듯하다.
길이 아닌 곳으로 조심조심 걸어서 소를 피했다.
소가 순하다니.
나는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순한 황소를 만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콧김을 뿜거나,
이번 황소처럼 발 구르기를 한다.
위협적이다.
무사히 숲길을 빠져나오니, 카스트렉사나(kastrexana)라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에서 갈림길이 나오는데, 언덕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 포르투갈레테 방향이다.

다음 도시는 황량한 느낌의 바라깔도(Barakaldo)라는 곳이다.
차가운 느낌의 공업 도시인데,
이 도시를 나갈 때쯤 이름 모를 공원에 피카소의 게르니카 조형물이 몇 개 세워져 있다.
위대한 예술가가 나온다면,
우리 후손은 위대한 작품을 어려서부터 가까이서 보고 느끼며 자란다.
위대한 예술가는 쉽게 탄생하지 않는다.
음악상에서 받은 트로피를 팔아야 할 정도라면 그런 예술가가 나오기는 더욱 어렵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포르투갈레테 바로 앞 도시인 세스타오(Sestao)는 무척 암울한 분위기다.
옆 건물과 손 한 뼘 간격으로 건물이 다닥다닥 숨 막히게 붙어있다.
그리고 그 건물 앞에 서성이는 피곤한 기색의 사람들 표정에 어두운 기운에 휩싸이는 느낌이 들었다.

저 멀리 에펠이 설계한 비즈카야 다리(Vizcaya Bridge)가 보인다.
포르투갈레테에 도착이다.
공식 알베르게는 문을 닫았고 bide ona라는 사설 알베르게에 짐을 풀었다.
포르투갈레테 언덕에 무빙워크가 설치되어 있는 게 인상적이다.
야외이고 비도 내리는데, 고장 안나고 잘 돌아가다니 신기하다.
저녁은 순례자 메뉴를 파는 jardin에서 먹었다.
10.9유로 가격치곤 푸짐한 저녁 식사라 나름 만족스럽다.
Dia에 들러 숙소에서 마실 와인 한 병과 치즈 한 덩이를 샀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유리창에 붙은 녹색 글씨가 눈길을 끌었다.
El paso.
첫걸음이 힘들다.
우선 발걸음을 떼면 그곳이 어디든 도착하게 된다.

입체 표지판-'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
이 표지판이 무얼 말하려고 하는 걸까?
"내 자동차를 밟고 지나간 게 네놈이렸다? 이리와서 좀 맞자!"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A : 공을 얼굴에 찬다.
B : 우선 집에가서 생각해본다.

기차역-'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

거리의 그라피티-'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

개-'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
지나가다 만난 이 견공은 바디랭기지에 능하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이렇게 물어왔다.
'비 맞으면서 걸으면 xx힘들지?'

비가 내린 후-'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

바라깔도(Barakaldo)-'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

바라깔도(Barakaldo) 피카소 게르니카 소-'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
피카소 - 게르니카

거리의 그라피티-'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

회색 도시-'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

폐허-'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

노란 화살표-'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

회색도시-'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

포르투갈레테 길거리-'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

비즈카야 다리(Vizcaya Bridge)-'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
비즈카야 다리(Vizcaya Bridge)

여행자 정보 센터-'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

El paso-'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

순례자 메뉴-'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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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


빌바오 시내에서 알베르게까지 짧은 코스.
아침 느즈막이 숙소에서 나와 여유를 부린다.
추로스가 먹고 싶어 거리를 뱅뱅 돌다가 브라질이라는 카페에 들어가 앉았다.
슈퍼에서 파는 추로스를 전자레인지에 데운듯한 맛이고, 핫초코와 함께 나오는데 5유로다.
일반적인 카페에서 커피와 간단한 아침 세트가 3.5유로 정도 하는 것보다 터무니없는 가격에 맛까지 없다.
기분이 상했지만, 처음부터 정확한 가격을 안 물어 봤던 것이 실수다.
무릎은 여전히 아프다.
약국에서 호랑이 연고를 10유로나 주고 사서 바르니, 기분 탓인지 좀 나아진다.
조금 걷다가 패스트푸드점에 들러 맥주와 오징어 튀김을 먹고,
또 한 삼십 분 더 걷고는 슈퍼에 들러 음료수와 물을샀다.
이제 알베르게가 나와야 할 것 같은데,
반가운 노란색 화살표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 순간 길이 끊겨서 알베르게에 어떻게 가야 할지 난감했다.
직감을 따라 걷는다.
하루 중 제일 뜨거운 시간.
여행 중 가장 뜨거운 날.
아스팔트 길을 걷는 건 괴롭다.
더워서 짜증도 난 데다가 길을 못 찾는 불안함이 겹쳐 불쾌한 기분이 수증기처럼 뿜어져 나올 즈음.
다시 반가운 노란 화살표를 만났다.
그 화살표는 '108개도 넘는 계단을 오르면 원하는 것을 얻을지니, 여행자여 절할지어다.' 라며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을 향해있다.
조금 오르다 쉬고,
또 한 번 쉬었다.
정말 이 길이 맞는가 의문이 들 때 다행히도 알베르게 건물을 보았다.
호스피탈레로는 우리를 반겨주었고,
짐을 풀고 샤워를 하니 기분이 상쾌하다.
네덜란드 남부 도시(아스파라거스 원산지 바로 옆)에 사는 리쳐드와 58번 버스를 타고 빌바오 시내 구경도 잠시 했고,
돌아오는 길에는 맛좋은 Rioja 와인도 사 왔다.
염소 치즈도 하나 샀는데, 기대했던 맛은 아니었다.
저녁은 호스피탈레로들과 여행자들이 한데 모여 또르티야와 샐러드에 와인을 곁들여 먹었다.
오늘 여행의 시작은 험난했으나 끝은 좋았더라.
내일도 즐거운 여행이 계속되길!

카페 브라질. 츄러스-'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 (Camino del Norte - Bilbao)'

깔리마리, 맥주-'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 (Camino del Norte - Bilbao)'

성당-'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 (Camino del Norte - Bilbao)'

로타리-'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 (Camino del Norte - Bilbao)'

알베르게-'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 (Camino del Norte - Bilbao)'

산책-'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 (Camino del Norte - Bilbao)'

다리-'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 (Camino del Norte - Bilbao)'

거미-'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 (Camino del Norte - Bilbao)'

꽃개-'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 (Camino del Norte - Bilb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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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사라우츠에서 쑤마이아. 그리고 빌바오.


전날 밤 열 시가 돼서야 체크인을 하고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나 우선 심카드를 사고 마지막에 묵을 호텔에 전화를 걸어 짐을 우편으로 보내면 보관해줄 수 있냐 물었다.
흔쾌히 맡아 주시겠다는 말에 보낼 수 있는 짐을 추려 몽땅 우편으로 보냈다.
무려 7.5kg
짐을 줄인다고 줄여놓고는 뭘 이리 많이 들고 왔는지.
바닷가에서 일광욕할 때 쓰겠다며 두꺼운 비치타올을 챙겼었고,
혹시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되면 쓰려고 보조배터리도 하나.
혹시 티셔츠가 모자랄지도 모르니까 한 장 더.
이걸 다 들고 걸었다면 어쩜 어깨를 잃었을지도 모른다.
몇 년 전에는 노트북까지 넣어서 잘 들고 다녔는데,
그때 무리가 갔는지 무릎이 이제는 조금만 무리해도 아프다.
사라우츠에서 산탄데르까지 소포 요금은 15유로 정도.
그런데 여긴 포장용 테이프를 우체국에 놔두질 않아서 3유로 주고 테이프를 사 왔다.
"도보여행을 하는 어떤 누군가가 또 여기서 짐을 부치려고 한다면, 이 테이프를 쓰라고 전해주세요."
배낭이 가벼우니 마음도 가볍다.
즐거운 마음으로 걸었다.

물놀이하는 아이들.
푸른 바다.
청명한 하늘.
잔디와 오솔길.
저 멀리 보이는 푸른 경계를 즐기며 걸었다.
오후 세 시쯤 목적지인 쑤마이아에 도착한다.
순례자 숙소는 이미 모든 자리가 가득 찼다.
여행자 센터에 들러 물었더니 호스텔이나 펜션은 이미 자리가 없단다.
날씨가 좋아서 사람들이 예년 같지 않게 많이 놀러 왔다나.
남은 호텔은 1박에 180유로.
잠만 자고 새벽에 일어나 다시 걸어야 하는데 그 돈을 쓰기는 아깝다.
이 동네를 계속 걷는다면 아마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이런 원치 않는 상황을 마주할 것이다.

가까운 도시 숙소를 찾아보았다.
빌바오에선 50유로에 중심가에서 작은 발코니가 달린 방을 얻을 수 있다.
기차를 타고 두 시간 만에 빌바오에 도착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숙소 바로 앞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음식 가격이 대체로 비쌌지만,
양갈비는 참 맛이 좋았다.
'이 양갈비의 도움으로 무릎이 좀 나아지기를….'

우체국-'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사라우츠에서 쑤마이아. 빌바오.'

물놀이 하는 아이들-'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사라우츠에서 쑤마이아. 빌바오.'


홀로-'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사라우츠에서 쑤마이아. 빌바오.'


바다길-'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사라우츠에서 쑤마이아. 빌바오.'

바다-'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사라우츠에서 쑤마이아. 빌바오.'

성당, 하늘-'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사라우츠에서 쑤마이아. 빌바오.'

언덕, 바다-'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사라우츠에서 쑤마이아. 빌바오.'

바다, 길-'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사라우츠에서 쑤마이아. 빌바오.'

가파른 길-'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사라우츠에서 쑤마이아. 빌바오.'

식당 La Cuina de Jardines -'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사라우츠에서 쑤마이아. 빌바오.'

양갈비-'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사라우츠에서 쑤마이아. 빌바오.'
빌바오에서 먹은 양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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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우지 않아도 말이 나오는 영어의 원리


우리말과 영어를 비교해서 친절히 설명해 두었다.
우리말을 영어로 옮기려면 금방 생각나지 않는데,
두 언어의 차이를 깊이 이해하고 다가간다면 도움이 되겠다.

영어의 원리 - 책갈피


우리말

  • 사람이 중심인 언어라서 행동을 하는 것은 대부분 사람이다. 그래서 '동사'가 발달했다.
  • 자동사 표현이 영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고 자연스럽다.
  • 동사가 좁고 정확하게 족집게처럼 하나씩 집어서 표현한다.
  • 한 단어 부사가 발달했다.
  • How 중심의 질문을 선호한다.
  • 하나의 현상이나 사물에 하나하나 분화된 명사를 쓴다.
  • 현재형 동사로 현재의 일도, 지금 이 순간 벌어지는 일도, 예전부터 지금까지 죽 해오고 있는 일도, 앞으로 할 일도 모두 표현 가능하다.
  • 가능성이 높건 낮건 크게 구별 없이 같은 조건문으로 쓴다.
  • 사람 중심의 능동태를 선호한다.
  • 주어와 목적어를 생략하고 말한다.
  • 동사의 어미를 쉽고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어서 절(clause)이 발달했다.
  • 동사를 꾸미는 부사가 동사 바로 앞에 나온다.

영어

  • 사물이 수동적 대상이 아니라 사람처럼 능동적인 주체로 움직인다. 그래서 '명사'가 발달했다.
  • 타동사 표현이 지배적이다.
  • 동사가 넓고 포괄적으로 그물망을 던지듯 여러 의미로 폭넓게 사용한다.
  • 한 단어 부사보다 전치사구(전치사+명사)가 발달했다.
  • What 중심의 질문을 선호한다.
  • 하나의 개념에서 파생된 의미들을 같은 명사로 계속 사용한다.
  • 현재, 현재 진행, 현재 완료 진행, 미래로 시제를 다 구분해서 써야 의미 전달이 명확하다.
  • 대상 중심의 수동태를 선호한다.
  • 주어와 목적어를 생략하지 않는다.
  • 구(phase)가 발달했다.
  • 동사를 꾸미는 부사가 동사 뒤에 나온다.
  • have는 구체적인 사물뿐 아니라, 우리말 '~상태이다'에 가까운 추상적인 '소유 개념'까지도 포괄하고 있는 동사다.
  • 구어체 영어에서는 고난도의 어려운 단독 동사보다는 <쉬운 자동사+전치사> 형태의 동사구 표현이 중심을 이룬다.
  • 전치사+명사는 명사를 뒤에서 꾸미며 형용사처럼 쓴다.
  • 현재 진행형이 미래의 의미로 쓰일 때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 그렇게 하기로 확실히 계획을 잡아놓았다는 어감이다.
  • '이미 하기로 계획되고 의도된 것(be going to)'과 '말하는 순간의 의지(will)'도 앞으로의 일에 대한 추측이나 예상을 나타낼 때는 대부분 큰 차이 없이 쓰인다.
  • the가 생생히 살아있는, 내가 보거나 하고 있는 것이라면, a는 누구나 얘기할 수 있는 일반적, 추상적 개념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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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행복과 자유를 찾아가는 단순한 삶의 원칙. 단순하게, 산다.


삶에서 우리는 복잡한 상황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 담대하고 솔직하게 마주한다면 일이 더 복잡해지지 않는다.
단순하게, 산다.
이 책은 백 년도 전에 쓰인 책이며 현대 사회는 그때보다 더 어지럽다.
그러나 본질이라는 것은 쉽게 변하지 않기에,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단순한 삶이 멀지만은 않다.
올바르고 솔직하며 신뢰와 자신감을 가지고,
부수적인 것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본질적인 것에 전념하는 자연스러운 삶.
이런 단순한 삶과 우리 삶의 거리는 얼마나 되는가?


단순하게, 산다. - 책갈피


욕심과 탐욕, 불건전한 쾌락을 채우려고 많은 인간들이 비열한 짓을 저지르지만, 굶주림 때문에 비열한 짓을 저지르는 사람은 없다.

사물이나 사람이나 결국에는 금전적 가치로 평가된다. 달리 말하면, 사물과 사람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아무것도 안겨주지 못하는 것은 무가치한 것이며,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사람은 무가치한 사람이다. 청빈함도 부끄러운 것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농후하며, 돈은 부정하게 벌어들일지라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과거를 되살리려는 시도는 가장 무익하면서도 가장 위험한 몽상이다. 행복한 삶의 비결은 현재의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사회의 발전을 방해하는 많은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가장 부담스러운 잘못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하루하루 더 나은 삶을 살겠다는 본질적인 목표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짐을 단순화하며 가볍게 해야 한다.

단순한 삶을 살지 못하는 대표적인 사람들로는 구걸로 연명하는 거지, 사기꾼, 기생충 같은 사람, 아첨하는 사람, 시샘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이 땅에서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이 소유한 것을 어떻게든 한 조각- 가능하면 크게- 이라도 뜯어내려 한다.야심이 가득한 사람과 영악한 사람, 나약한 사람과 인색한 사람, 오만한 사람과 꾸미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어떤 사회 계층에 속해 있든 간에 단순함과는 거리가 먼 부류에 속한다.

본질, 즉 근원은 내면적인 것이다. 단순함은 일종의 정신 상태이다. 단순함의 주된 존재 이유는 우리에게 활력을 주는 데 있다. 따라서 인간다운 인간, 즉 진정한 인간이 되는 것이 최고의 목표인 사람은 단순하다.

인간다운 인간은 성심껏 행동하지 메마른 호기심을 채우려고 행동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알려고 하는 시도라는 구실을 내세우더라도 그런 호기심은 깊은 감동을 맛보지 못하고, 진정한 행위로 연결되지 않는다.

우리의 일상정인 삶에 기생충처럼 따라붙으며 우리를 괴롭히기에 서둘러 바로잡아야 하는 또 하나의 나쁜 습관은 끊임없이 자신을 점검하고 분석하려는 강박증이다.

사소한 것에 집착하고, 지나치게 조심하는 사람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인간이 자기만을 생각하지 않도록 만들어진 존재라는 걸 깨닫는 데는 약간의 양식(良識)만 있으면 충분하다.

새로운 것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 평범한 것이 영원한 것이다. 평범한 것만이 오랫동안 지속되며, 평범함에서 멀어지는 행위는 지극히 위험한 모험을 무릅쓰는 짓이다. 단순한 것은 무가치한 것이란 착각에서 깨어나 다시 단순한 삶을 찾는 사람은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인간은 몇몇 기본적인 것만 있으면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
그 기본적인 것들이 무엇일까?
첫째로 인간의 삶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신뢰이다.
둘째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가, 우리를 둘러싼 신비로운 현상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두 눈을 크게 뜨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할 때이다. 또한 우리가 지금까지 쌓은 지식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는 것은 지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하며, 세상이 우리 두뇌보다 훨씬 크다는 걸 생각해야 하는 때이기도 하다.

활기 넘치고 역동적이어야 한다. 신뢰와 희망과 선량함 그리고 삶의 무한한 가치를 실질적으로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당신의 좋은 면과 나쁜 면을 조화롭게 결합하여, 당신에게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야 할 필요성을 알려주어야 한다.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고통이 궁극적으로는 해방을 위해 거쳐야 하는 단계라는 깨달음을 주고,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는 마음을 키워주어야 한다. 용서를 더 쉽게 하고, 행복감을 덜 뽐내며, 의무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죽음 이후의 세계를 막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게 해주어야 한다.

삶을 단순한 방향으로 개선하려면 말과 글에 신경을 써야 한다. 단순하게 생각하듯이 단순하게 말해야 한다. 물론 정직하고 꾸밈없이 말해야 한다.
'올바르게 생각하고, 솔직하게 말하라!'

궤변을 늘어놓고 중상모략하는 사람들, 요컨대 말과 글을 능숙하게 다루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까닭에 말솜씨만 뛰어난 사람들이 생각을 확산하고 전파하는 모든 수단을 대대적으로 이용했다. 그 결과가 무엇이겠는가? 우리 시대에 대해서, 또 우리 시대에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한 진실을 알아내기가 무척 어려워졌다.

말은 어떤 사실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어떤 사실을 멋지게 장식함으로써 그 사실을 잊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단순하게 말하면서도 최대한 많이 전달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기적을 울리는 데 증기를 몽땅 써버린 기계는 톱니바퀴를 돌리지 못한다. 요컨대 침묵하는 힘을 키워라 . 말을 줄이면 그만큼 당신의 말에 담긴 힘이 커진다.

우리가 직면한 현대인의 삶은 너무도 복잡해 엄청난 에너지 소비를 요구한다. 그래서 우리는 안달복달하며 숨을 헐떡이고, 끝없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지낸다. 말과 글도 이런 우리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세상에서 잊혀진 사람들을 위해 일하십시오. 배우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쓰십시오. 그렇게 할 때 여러분은 해방과 평화에 기여하는 업적을 남긴 것이며, 단순함으로 천재성을 드러내는 방법을 알았던 까닭에 단순하게 보이는 창작물로 그 시대에 도전하고 저항하던 옛 대가들의 비밀 상자를 다시 열어젖힌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삶의 활력을 잃어버린 사람은 어려운 의무를 제대로 해내지 못했거나 불가능한 일을 완수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한 의무를 완벽하게 해내는 걸 등한시하기 때문에 활력을 상실한다.

인간은 원대한 것을 꿈꾸지만, 큰일을 할 기회가 자주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설령 그런 기회가 주어질 때도 끈질긴 준비가 되어 있는 경우에만 확실한 성공이 가능하다. 작고 사소한 것에 충실할 때 큰일도 이루어낼 수 있는 법인데, 우리는 그런 진리를 잊고 살아간다. 힘든 시기를 맞거나 삶의 위기를 맞았을 때 반드시 알아야 할 진리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단순한 의무는 가까이 있는 것에 대한 의무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가까이 있는 것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가까이 있는 것을 높이 평가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새 장수에게 새를 사면, 그는 우리의 새로운 식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준다. 관리법과 먹이 등 새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몇 마디로 요약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을 정리하면 짤막한 몇 줄로도 충분할 것이다.

부유하고 만족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부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만족하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즐거움을 누리려면 돈이 있어야 하지 않나? 말도 안되는 생각이다!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즐거움과 돈! 많은 사람이 이 둘을 새의 양쪽 날개로 생각한다. 안타까울 따름이며, 엄청난 착각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소중한 것과 마찬가지로 즐거움은 팔 수도 없고 살 수도 없는 것이다. 즐기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자기 몫을 해내야 한다. 그것이 필수 조건이다.

장사꾼 근성은 '나에게 얼마를 벌어다 줄 수 있는가?'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되며,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다'라는 격언으로 정리된다. 이 두 가지 행동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는 표현하고 상상하기 힘든 수준으로 타락할 수 있다.

인간의 모든 기본적인 역할에는 헌신과 희생이 그 밑바탕에 깔려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해관계를 철저히 따지는 사람도 계산 이외의 다른 것에 의지하지 않고는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없다.

많은 봉급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은 언제라도 구할 수 있지만, 그만한 능력을 지닌 사람을 찾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여기에 성실함까지 겸비한 사람을 찾으려면 어려움은 더욱 커진다. 돈을 밝히는 사람은 쉽게 찾을 수 있지만 헌신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내면의 삶, 즉 내면의 세계가 힘을 잃으면, 요컨대 우리가 겉모습에 신경을 쓰느라 내면의 세계를 경시한다면, 겉모습으로 얻은 것만큼의 가치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평등분배론자도 두 종류로 나뉜다. 첫째는 다른 사람들의 재산 중 일부를 자기 것으로 차지하려는 사람들이다. 이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 다수이고 대체로 비속한 편이다. 이 부류에 속하기는 쉽다. 욕심만 많으면 충분하다. 둘째로는 자신의 소유물을 가난한 사람들과 기꺼이 나누려는 사람들이다. 이 부류에 속하는 사람은 무척 드물다. 이렇게 선택받은 집단에 속하려면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주변 사람들의 행복과 불행에 민감하게 공감하는 의연하고 선량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

수전노에게 단순한 삶은 비용을 아끼고 또 아끼는 싸구려 삶을 뜻한다. 편협한 마음을 지닌 사람의 경우, 단순한 삶은 인생에 즐거움을 주는 모든 것을 멀리하는 음울하고 무미건조한 삶을 뜻한다.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지만 있으면 더 좋은 것에 관심을 갖느냐, 갖지 않느냐는 결코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삶에 영혼을 담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여기에서 구분된다.

몸단장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을수록 그 가치가 높아진다. 몸단장이 진정한 아름다움으로 여겨지려면 자기만의 참된 멋을 전해줄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의 모든 돈을 쏟아붓더라도 그 몸단장이 당사자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면, 자기만의 개성을 드러내지 못한 가면에 불과하다.

자신의 재산으로 장벽을 쌓아 남들과 멀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재산을 남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수단으로 삼는다. 부자라는 지위가 오만하고 이기적인 많은 사람들에 의해 망가지고 왜곡되었지만, 위와 같은 부자는 정의에 무감각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결국에는 인정받고 존중받기 마련이다.

개인에게는 권력에 저항하라고 유도하는 뭔가가 존재하는데, 그 뭔가는 원래 무척 존중할 만한 것이다. 근본에서 우리는 모두 평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구도 나에게 순종을 강요할 권리가 없다. 그는 그이고 나는 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가 나에게 명령을 내린다면 나를 모멸하는 것이며, 그런 모멸은 용납할 수 없다.

많은 장점을 가졌다면 더욱 겸손해지자. 그것은 우리가 많은 것을 빚졌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은 누군가에게 빚진 것이다. 그런데 그 빚을 확실히 갚을 수 있을까?

남들보다 두각을 나타내는 유일하게 참된 방법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당신이 그 자체로 존중받아 마땅한 지위에 있는 까닭에 실질적으로 존중받고 싶다면, 먼저 당신이 그 지위에 적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그 지위를 증오하고 경멸하게 만드는 원흉이 된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남들과 달라야 하는 유일한 것이 있다면 남들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의지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더 겸손해지고 더 상냥해지며, 그를 존경하는 사람들과 한층 가까워진다.

자식을 중심에 놓고 키워서도 안 되고, 부모를 중심에 놓고 키워서도 안 된다는 뜻이다. 인간은 운명적으로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나의 표본에 불과한 것도 아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삶다운 삶을 살도록 가르쳐야 한다.

인위적인 삶에서는 인위적인 생각과 자신 없는 말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건전한 습관과 강한 인상, 현실과의 일상적인 접촉이 있으면 말과 행동도 자연스레 솔직해진다. 거짓은 노예의 악습이고, 비열한 자와 나약한 자의 피난처이다. 자유롭고 당당한 사람을 솔직하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무엇이든 솔직하게 말하는 낙천적인 담대함을 독려하자.

우리는 사회의 모든 계층에게 뭔가를 요구한다. 모두 자신이 채권자라고 주장하며, 자신이 채무자인 걸 인정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우리가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이유는 다정한 말투나 위압적인 말투로 빚을 갚으라고 그들을 다그치기 위해서인 듯하다.

매일 아침 우리는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기억하라! 잊어라!"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본질적인 것은 기억하고, 부수적인 것은 잊으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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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롯가의 옛이야기처럼 빨려드는 모옌 중단편선.


소설을 좋아하지만,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다.
아니 딱히 소설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편이 맞겠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눈 앞에 펼쳐지는 영화나 애니메이션도 좋고,
콘텐츠와 상호작용을 하는 게임도 좋다.
소설에서 눈에 보이는 건 글자 뿐이기에 장면을 상상해야 한다.
이 부분이 다른 시청각 콘텐츠에는 없는 소설만의 특별한 재미다.
모옌.
그의 글에서는 소리가 들리고, 생생한 장면이 펼쳐진다.
모옌은 묘사가 너무 뛰어나서 독자가 다른 엉뚱한 상상을 할 여지를 두지 않는다.
그러나 가장 궁금한 부분만은 상상의 영역으로 남겨두어서,
독자가 단 한 부분에 집중해서 상상하도록 우리를 이야기 속으로 이끈다.
그가 쓴 소설 한 편을 읽고 나면 무언가에 홀린 듯 정신이 몽롱하다.
모옌.
글 참 잘 쓴다. 스토리텔링의 고수다.

모옌 중단편선 - 책갈피

허우치가 개기 일식이나 헤일 봅 혜성은 이미 작년에 있었던 일이 아니냐고 말하자 동료들은 멍청이라고 말하면서 도무지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비난했다. 작년에 일어난 일이라고 올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어? 그들의 비난이 이어지자 허우치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멍청하고 둔하며, 근본적으로 날로 비약하는 사회에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말았다. 허우치가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자 멜빵바지 차림에 상반신이 유별나게 길지만 다리는 오히려 유난히 짧은 여자가 그에게 먹으로 까맣게 칠한 유리를 건네면서 다른 동료들에게 말했다.
"허우 동지는 그래도 근본은 올바른 동지야. 당신들이 욕하면 안 되지!"
청년들이 말했다.
"우리가 욕하는 것도 그를 사랑하기 때문이지. 그렇지 않소, 허우 동지?"
허우치는 연신 그들의 말이 맞다고 했다. 사람들이 이어서 외계인에 대해 큰 소리로 토론을 벌였다. 허우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정신을 차릴 수 없어 마치 술에 취하거나 바보가 된 것만 같았다. - 청안대로 위의 나귀 타는 미인

진정한 미인이란 그저 감상의 대상이지 껴안고 노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의 진정한 미인은 언제나 깡패나 건달, 못난이들의 차지가 될 수밖에 없다. 속담에 이르길, 훌륭한 사내대장부는 좋은 아내를 얻기 힘들고, 게으른 사내가 미녀를 얻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 그렇다! 진주 목걸이는 모두 돼지 목에 걸려 있다.
- 청안대로 위의 나귀 타는 미인

"너희 인생이 잘나간다고 우리 인생은 찌그러졌는 줄 알아? 쌀 먹는 사람도 살지만 쌀겨 먹는 사람도 살고, 고급한 인간도 살아가겠지만 저급한 인간도 살게 되어 있어." - 백구와 그네

무슨 일이든 하려면 잘해야 하고 정성을 다해야지, 일을 하면서 잡생각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바로 할아버지의 철학이었다. - 큰바람

화피자(話皮者) : 여우나 들고양이가 요괴로 둔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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