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에서 리엔도
새벽 4시에 술 취한 스페인 할아버지가 큰 소리로 떠들어 잠을 설쳤다.
게다가 텐트 아래 땅이 평평하지 않아서 몸이 한쪽으로 자꾸 쏠려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전날 많이 걸었으니 오늘은 조금만 걷자.'
이슬라레스(Islares) 작은 바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지만, 워낙 빈약한 식사라 그런지 힘이 없다.
가다 쉬다를 반복하다가 체력이 다할 즈음 귀리에조(Guriezo)에서 리엔도(Liendo)로 가는 길에 허름한 바에 들렀다.
N-634도로와 CA-151 도로가 만나는 강(Río Agüera) 옆의 작은 바였다.
그냥 잠깐 쉬려고 들어갔는데 바에 놓인 접시가 눈길을 끌었다.
'맛이나 볼까?'
또르티야가 워낙 맛있어서 대낮부터 맥주 석 잔에 또르티야를 세 개를 순식간에 해치웠다.
또르티야가 하나밖에 없었다면 가까운 사이라도 포크부림 날 맛이었다.
먹으니까 힘이 난다.
왠지 이 정도 힘이면 라레도 까지도 금방 걸을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뙤약볕에 걸었더니 리엔도에 도착할 즈음 힘이 다 빠져버려서 리엔도에서 묵기로 했다.
조그마한 마을이고 특별히 볼거리는 없지만 평화로운 마을이다.
알베르게 비용은 8유로인데, 세탁기가 무료로 이용 가능해서 좋았다.
출출하다.
저녁을 좀 일찍 먹고 싶은데, 토요일이라 그런지 슈퍼는 일찍 문 닫았다.
게다가 마을에 있는 식당 둘 중에 하나만 문을 열었다.
순례자 메뉴를 파는 식당으로 저녁 메뉴는 7시 반부터 주문이라고 한다.
요즘 순례자가 워낙 많아서 요리사가 지쳐 자는 중이라나?!
날이 더우니 진토닉 한 잔 걸쳤다. 알딸딸하고 갈증이 좀 가신다.
역시 낮술이다.
해가 넘어가고 술기운이 떨어지니 좀 쌀쌀하다.
숙소에서 오리털 점퍼를 꺼내 나와 저녁을 기다렸다.
이 작은 마을에 누가 올까 싶은데,
도보 여행자들이 한둘씩 식당 빈자리를 채워간다.
지친 발을 편히 두고, 열심히 손을 움직여 음식을 입에 넣는다.
내일을 걷기 위하여.
by 月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