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여행 중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사실 한국에 있으나 이집트에 있으나, 사고로 죽을 확률은 비슷하겠지만,
왠지 이곳 이집트는 죽음과 더 가까운 기분이 든다.
만일 내가 죽는다면.
여행 중인 내가 갑자기 어떤 사고로 죽어버린다면.
어무이께서 많이 힘드실 것이다.
우선 마음을 진정 시키시고, 이모나 외삼촌에게 전화를 하실 것이다.
친한 친구 분들께도 연락을 하시고 또 멍하니 계실 것이다.
그리고 나선 어무이 께서 알고 계신 내 친구 한둘의 전화번호로 연락을 하실 것이다.
그러면 내 생각에 그 연락을 받은 친구나, 소식을 전해 들은 친구 중에.
두 명 정도는 우리 어무이를 뵈러 올 것이다.
내가 따로 왕래하는 친척은 없으나, 힘든 어무이를 위로하러 이모와 외삼촌 정도는 잠시 들를 것이다.
그리고 어무이와 친분이 있는 분들이 와서 위로의 말을 건 내고 가시겠지.
여행하며 가까운 사람들을 가깝게 챙기지 못한 나는 그들에게서 이미 멀어졌으므로,
혹시나 나중에 안다고 해도 커피와 함께 먹는 쿠키처럼 잠깐 내 이야기가 나왔다가 사라질 것이다.
그래도 나중에 라도 내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면,
마음으로 애도를 표해줄 이가 몇 은 있길 기대해본다.
한 다섯명 정도는 되지 않을까?
그저 아는 사람이 아닌, 가까이서 희노애락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라면..
다섯 정도는 그렇게 나를 기억해 주지 않을까?
주구장창 나와 술을 마시던 녀석들은.
분명 만나면 내 이야기를 가끔 할 것이다.
내가 죽고나서 처음 일년 정도는 술을 마실 때면 꽤 자주 내 이야길 꺼내겠지.
그후에는 점점 뜸해지겠지만,
가끔씩. 날 기억할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면 씁쓸하게 한 마디씩 안주꺼리로 나올것이다.
그렇게 차츰 잊혀져 가겠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관리를 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끊어져 버린다.
왕래가 없으면 금새 잡초가 무성히 자라나는 산길처럼 길이 사라진다.
하지만 방향을 알고 있는 이는 길을 몰라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이는 얼마 없다.
내가 누군가에게 갈 때 바닥에 난 길만 쳐다보고 가는 일이 태반이듯이 말이다.
길을 보고 가면 편하기 때문이다.
잘 닦여져 있기에 위험도 없고, 그저 보이는 대로만 가면 되니까.
그래서 나도 힘들게 방향을 기억하기 보단 그저 상대방이 만들어 놓은 길로만 다녔다.
이젠.사람을 만나는데 있어서 길을 닦는데 열중하기보단  방향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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