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키가 지금 여행에 매고다니는 배낭보다
겨우 머리 하나정도 컸을 무렵엔,
숲으로 바다로 가족여행을 자주 떠나곤 했습니다.
선명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그 때 즈음의 사진을 들춰보면,
즐거웠던 순간들이 드문 드문 떠올라 미소를 짓게되죠.
그 이후로 가족여행의 횟수는 점점 줄어서,
수염이 나기 시작할 무렵부터의 가족사진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지난 3월.
어무이와 함께 여행을 한것이 십수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설레이는 마음을 배낭에 담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타고가는 비행기는 불안정한 기류에 흔들렸고,
제 마음은 여행에 대한 기대감에, 반가운 손님을 만난 강아지의 꼬리마냥 흔들렸죠.
첫 행선지는 로스엔젤레스.
2년전쯤 와봤던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그동안 바뀐것이 별로 없었기에,
몇몇 재미있는 포인트만 골라보고 일찍 숙소로 돌아가서 짐을 풀었습니다.
어무이와 나는 하룻동안 너무 많이 움직인탓에 저녁을 먹고는 녹초가 되어 쓰러졌죠.
여담으로 지금 쓰고 있는 노트북은 저녁먹고 쓰러지기전에 Ebay 판매자에게 직거래로 구입한 녀석인데, 가격대비 참 괜찮더군요. :D
그나마 밤에 푹 자고나니 피로가 한결 풀렸습니다.
그 유명한 헐리우드 근처에 숙소를 잡았으니,
유명하다는 그 거리를 둘러봐야 할까?
시차적응은 안되고, 들고온 짐도 들고다니기엔 부담스럽더라구요.
시끄러운 길거리를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데다가,
'이대로 거리를 돌아다닌다면, 난 분명 돌맞은 개구리처럼 늘어져 버릴꺼야.'
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지배했죠.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일찌감찌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오늘 만나는 사람들은 왜이리도 친절한지,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습니다.:D
점심때 공항에 도착하여, 무거운 짐들을 수화물로 부치고 나니 여유가 좀 생겼고,
공항에서 멀지 않은 해변에 잠시 들르기로 결정!
가는길에 있던 전철역은 상당히 특이하지만, 어디선가 본듯합니다.
'내가 저걸 어디서 봤지? 아, 그래! 꼭 파이날판타지7의 신라컴퍼니 가는길 같군.'
(어릴적 재미있게 했던 게임입니다. 에어리스를 살렸어야 되는데.Orz)
집 근처에도 바다가 있고, 친구들과 종종 해변으로 피서를 떠나긴 했지만,
백사장을 거니는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어서 발걸음이 경쾌했습니다.
버스 종점에 있는 맨하탄 비치.
동네 바닷가지만, 백사장도 꽤 넓고 한적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요.
갈매기도 한가로이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를 즐기고 있군요.
(사람이 가까이가도 눈하나 깜짝 안하네요~)
아기자기한 집에서 나와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해변을 거니는 것은 항상 바라던 바였는데, 바로 눈앞에 그 풍경이 펼쳐져 있어 즐거웠습니다.
자. 이제 다음 행선지로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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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月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