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크 남부의 작은 어촌 마을. 킨세일.
이제 날씨가 좀 풀렸습니다.
겨우 내내 추워서 어디 잘 나가지도 않았는데,
날이 풀리니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다리가 떨립니다.
꼭 끈에 묶인 강아지처럼 발버둥을 쳐요.
‘나를 풀어 달란 말이다!’
하긴 이제 아일랜드에서 지낼 날도 얼마 안 남았으니,
집 근처로 종종 마실을 나갈까 합니다.
이번에 다녀온 곳은 코크에서 버스로 사십 분 정도 가면 도착하는 킨세일입니다.
버스는 249번과 252번이 다니니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세요.
킨세일은 동네가 아담해서 하루 동안 슬슬 걸어서 구경하기 좋아요.
아침에 도착해서 일단 시내 중심가를 돌아보았습니다.
원색의 건물이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부라노 섬을 떠올리게 했어요.
파란 벽에 노란 현관문.
빨간 담장에 초록 대문.
알록달록한 집들을 지나 St. Multoses 성당 안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잠시 눈을 감고 고요함을 즐겼습니다.
성당 옆엔 조그마한 박물관도 하나 있는데,
수요일에서 토요일(10:30 AM~ 01:30 PM)만 문을 연다고 해요.
일 층엔 옛 상점의 모습을 재현해 두었고,
이 층엔 배 모형, 은 식기, 커다란 사슴의 뿔 등 이것저것 모아 놨습니다.
자 이제 외곽으로 좀 걸어볼까요?
실리(Scilly)길을 따라 찰스 요새(Charles Fort)로 갑니다.
오랜만에 소금 향이 풍기는 바닷바람을 맞았어요.
찰스 요새에서 바라보는 주변 경관이 썩 아름답습니다.
하늘이 아무리 흐릴지라도 물결치는 바다의 미모를 가리진 못하는군요.
요새에서 마을로 돌아가는 길엔 내내 비가 내립니다.
모자를 눌러 쓴 채 옷깃을 여미고는 비 내리는 바다 풍경을 감상하며 걸었지요.
제임스 요새(James Fort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가 중간의 다리에서 되돌아왔습니다.
주변 경치는 볼만 한데 차들이 쌩쌩 달려서 영 시끄러웠거든요.
그리곤 시청(Municipal Hall) 옆 길을 따라 올라가 조용한 언덕배기를 거닐었습니다.
오른편엔 푸른 들판이 펼쳐졌고 반대편엔 저 멀리 바다가 내려다보입니다.
이 언덕이 킨세일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요.:D
by 月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