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거 정말 싫어."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 "너 부케 받은 사진 봤는데, 결혼 하는 거야?" 로 시작한 통화 중에,
냉정과 열정 사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
'책은 아직 읽지 못했지만, 정말 좋다.'
라고 말했을 때 수화기로 들려온 대답 이었다.
우리는 그저 주인공들과 비슷한 시기에 만났었을 뿐이고,
그들처럼 어떤 약속을 하거나 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그들이 극적으로 만났던 나이.
서른이, 우리에게도 코앞이기 때문에 나는 더욱 이 이야기에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로만 여러 번 보았던 냉정과 열정사이.
나는 두 사람이 썼던 책인지도 모르고, 몇 번이고 도서관에서 허탕을 쳤다.
'에쿠니 가오리의 빨간책은 있는데, 왜 파란책은 안보이는걸까?'
세 번째 허탕을 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도서관 직원에게 물으니 바로 책을 찾아준다.
'츠지 히토나리?! 두명이서 쓴거였구나...'
나는 그토록 좋아하던 이야기의 작가도 제대로 몰랐고, 나의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 될 지도 몰랐다.
영화는 해먹 그물처럼 시원시원하게, 책은 멸치잡이 그물처럼 탄탄하게 이야기를 해 나간다.
영화와 책 속의 등장인물은 왠지 다른 사람들인 마냥 느낌이 다르다.
마치 동명이인들의 비슷한 이야기 인 것처럼.
그렇게 믿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에게나 일어났던 기적은.
나에게도 일어 날 수 있다고, 믿기 더 쉬우니까.
알고 있다.
우리가 만나던 그 때.
나에게 생채기가 났다는걸 빌미로 그녀를 상처 투성이로 만들었다.
어려서 그랬 다는건 핑계에 불과하다는걸 알고 있다.
냉정과 열정사이의 쥰세이와 아오이처럼,
누군가의 개입으로 이렇게 된 것이 아니다.
모두 나의 잘못 이었으니까, 이런 이야기 같은 결말을 기대 할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녀의 말대로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추억은 추억대로 남겨야 한다는 것도 안다.
내년엔..
피렌체 두오모에 홀로 올라.
그 추억을.
더이상 현실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이야기 같은 추억으로 만들고 싶다.
by 月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