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란섬 이니스 모어의 깎아지른 절벽. 둔 앵구스.
전에 한 아이리시 친구한테 물었습니다.
“아일랜드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 어디야?”
그 친구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어요.
“아란섬. 아! 거기 만한 곳이 없지.”
‘그렇게 멋지단 말이야?’
하긴 저는 섬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집에서 가까운 자월도나 석모도만 해도 좋고요.
따뜻한 남쪽의 제주도는 정말 멋지잖아요?
아. 설레라.
아란섬으로 떠나는 날이에요.
그런데 날씨가 미쳤습니다.
폭풍우라니요!
물방울 필터를 쓰고 싶은 것도 아닌데,
제 마음과는 상관없이 렌즈엔 물방울 효과가 자동으로 적용됩니다.
방수 점퍼를 입고 갔는데도 튼튼한 판초 우의를 따로 빌렸어요.
비가 엄청나게 많이 왔거든요.
둔 엥구스 절벽은 탄성을 자아내는 곳입니다.
우와아아악!
정말 멋진 곳인데, 비가 십방에서 휘몰아칩니다.
감탄사와 비명이 함께 터져 나왔어요.
최고급 판초 우의도 다 소용없습니다.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홀딱 젖었어요.
지금껏 아일랜드에 지내면서 이렇게까지 무서운 날씨는 없었어요.
사진 찍다가 감전된 적은 처음입니다.
사진 찍을 때만 잠깐 꺼내 쓰고 비 맞지 않게 꽁꽁 싸매 놨는데도 그래요.
그 폭풍우에서도 살아남은 카메라가 대견하네요.
이 우비 날리는 것 좀 보세요.
이 친구는 지금 영국에 산다는데, 거기서도 이런 날씨는 못 봤답니다.
거센 바람을 맞으며 절벽을 걷다가 문득 날을 참 잘 잡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일랜드에 맑은 날이야 한 달에 두세 번은 있지만,
이런 사람 날아갈 날씨는 지금껏 처음 겪으니까요.
폭풍과 절벽.
그 둘이 참 잘 어울러요.
날씨 탓인지 도로에 차도 하나 뒤집어져 있던데,
저는 좀 떨긴 했지만 어디 한 곳 부러지지도 않고 대자연을 느끼고 왔습니다.
아란섬은 참 강렬한 이미지로 남았어요.
듣던 대로 참 멋진 곳입니다.
by 月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