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와 발맞추어 느리게 걷던 거리를,
혼자서 성큼성큼 걸어갈 때.
그대의 미소 짓는 환한 얼굴이 아니라,
거울에 비친 나의 까칠한 수염을 바라볼 때.
그대와 사랑을 속삭이던 입으로,
딱딱한 빵을 기계처럼 씹고 있을 때.
그대의 작고 따뜻한 손 대신,
차가운 맥주잔을 꼭 쥐고 있을 때.
그럴 때면 어김없이,
외로움이 고개를 든다.
마치 바람을 가득 채운 풍선처럼,
내 마음을 외로움으로 가득 채운다.
하지만 외로움은 알고 있다.
자유의 고요함을 누리는 이에겐,
외로움이 스며들 틈이 없다는 것을.
by 月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