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까? 

세상엔 아직 너무 재미있고 신기한 일투성인데. 
커다랗고 몽실몽실한 솜사탕이나, 알록달록 캐릭터가 그려진 풍선을 보고 흔들리지 않게 되더라도,
롤이라던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같은 다른 유혹이 찾아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은 달라져도, 여전히 나는 자석 사이를 지나는 쇠 구슬처럼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세상을 살아간다. 

지난 2년간 블로그에 글 몇 자 적지 못한 이유도 다른데 기웃거리다 와서 그렇다. 
지금까지 해오던 일과 전혀 다른 분야에 기웃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난 어딘가 적당한 자석에 들러붙어 여기가 내 자리인 양 앉아 있다가 내가 자석인지 자석이 나인지 오락가락하다가 녹슬어 버렸겠지.
이 구슬이 어디까지 굴러가야 하는지, 굴러가다 어느 날 진흙탕에 빠지거나 굴러오던 다른 구슬에 맞아 튕겨 나갈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떤 매혹적인 일에 빠지기를 두려워하고 구르기를 멈추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혹은 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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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 친구는 어떤 존재인가?

길쌈-'벗. Amigo.'

젬니-'벗. Amigo.'

오랜만에 만난 두 녀석.

“난 살이 안 찌는 체질이야.”
예전에 입버릇처럼 외쳤던 그 말이 살이 되어 돌아왔네.
한 녀석은 한 번에 살이 왕창 찌더니 다시 빠질 기미가 없다.
십 년 전보다 나는 살이 빠졌고,
두 녀석은 살이 왕창 쪘지만 언제 만나도 유쾌하다.
아직은 청년이라지만, 장년이 멀지 않은 우리.
여전히 어린아이들처럼 유치하고,
별것도 아닌 일에 낄낄대며 웃는다.

웃음-'벗. Amigo.'

우리는 많이 변했다.
관심사.
삶의 방향.
가슴을 뛰게 하는 것.
그리고 여유.
“너, 인간이 어쩜 그러냐? 친구면 어떻게 그러냐?”
서운한 일에 소리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집에 가던 예전과는 달리,
서로의 다름에 웃어넘기는 여유가 조금은 생겼다.

길쌈-'벗. Amigo.'

칠 차까지 술을 마셨는데도 새벽 세 시다.
십 년 전 같으면, 아침 해가 뜰 때 까지 마셨을 텐데...
헤어지기 얼마 전 두 친구의 이런 대화를 들었다.
“우리가 얼굴 볼 날도 얼마 없어 이제.”
“왜? 뭐 때문에?”
“넌 날 이해할 수 없으니까.”
“난 십 년 전에도 널 이해하지 못했어.”
같은 생각을 해야만 벗이라면,
계절마다 친구가 바뀔 것이다.

서로 다른 우리.
상대가 이해하지 못할 말을, 눈치 보지 않고 떠들어 댄다.
친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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