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 대서사시. 일리아드.
최고의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일리아드.
막상 읽어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내용의 태반이 호구조사에요.
"나는 어떤 신의 자식 누구와 아무개가 숲에서 만나 낳은 누구이다. 힘이 세지!"
그러나 이런 호구조사뿐인 책은 아니라서, 흥미로운 부분도 보입니다.
'옛날엔 전차 경주, 레슬링, 권투시합 등을 하면서 놀았구나.'
'옛날에도 등심은 귀한 부위였구나.'
'옛날엔 솥이 비쌌구나.'
뭐 이런 옛날엔 어땠네 하는 부분이 재미있었어요.
오래전에 번역된 책을 읽어서 그런지 평소 쓰지 않는 단어를 찾아내는 재미도 있습니다.
얘를 들자면 '춘부장'인데요.
제 또래는 보통 '아버님 안녕하시지?'라고 묻지,
'춘부장께서도 안녕하신가?' 라는 말을 쓰지 않거든요.
이런 단어를 보면, 과연 이십 년 쯤 지난 뒤엔 우리말이 얼마나 바뀌어 있을까 궁금합니다.
일리아드.
뭐 고전을 읽는 재미도 있고,
잘 안 쓰는 단어의 발견함에 기쁨도 좋지만,
저는 일단 애주가로서 신들의 감로주인 암브로시아를 맛보고 싶군요.
일리아스 - 책갈피
"개의 얼굴에다 암사슴의 심장을 지닌 주정뱅이여."
-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리우스가 아가멤논에게
인간이란 해가 감에 따라 낙엽처럼 왔다가 가는 것. 바람이 불어 가을에는 잎이 떨어지지만 봄에 다시 소생하면 싹은 번갈아 생생하게 터오는 것이지.
- 글라쿠스
아가멤논 왕은 특별 대우의 표시로 아이아스에게 약간의 등심 고기를 하사했다.
전하 어인 말씀입니까? 그대는 다른 쓸개빠신 병사들이나 지휘하셔야 하겠소.
-오딧세우스가 아가멤논에게
제우스 신이 부인을 품에 안으니, 밑에는 신선한 땅이 새롭고 깨끗이 자라는 풀의 침대를 만들고, 이슬의 클로버며 크로커스, 부드럽고 두터운 히야신스 등이 땅 위에 불쑥불쑥 솟아 올랐다. 이 곳에 그들이 눕자 금빛 구름이 그들을 감쌌고, 이슬 방울이 빛을 발하며 떨어졌다.
"전우들이여 대장부다워라! 각자의 명예를 명심하고 싸움터에서의 여러분의 행동과 여러분 자신을 전우들이 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치욕이 무엇인지를 조금이라도 인식하는 자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 그러나 도주하는 놈들에게는 죽음과 치욕밖에는 없다!" - 아이아스
"전우들이여! 용감한 영웅들이여! 아레스 군신의 후예들이여! 장부의 면목을 보여라! 사명을 잊지 마라! 우리 뒤에 원군이 있는 줄 아는가! 아니면 우리를 보호해 줄 튼튼한 성벽이라도 있는 줄 아는가? 우리를 지켜줄 성벽이 있는 도시도 없고 원군도 없다! 여기 눈앞에는 무장한 적군이 다가오고 뒤에는 바다가 가로막고, 고국은 까마득히 멀리 있는 이 상황에서 우리는 트로이아의 벌판에 있는 것이다! 무서운 반격만이 우리의 살 길이다. 전쟁에는 동정이 없는 법이다!"
- 아이아스
"여기서 좀더 강하다고 평등을 짓밟아서 보상마저 뺏는 자가 있네. 이것이 내게는 무서운 설움과 고민의 씨가 되었다네." - 아킬리우스
"이 무서운 양반아,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초로인생이란 어차피 조만간 죽을 운명인데 당신이 그를 죽음에서 구해내겠다는 겁니까? 맘대로 하시겠시만 다른 신들에게 찬성을 기대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잠깐만 생각해 보시오. 그대가 살페돈을 살려 보내신다면 다른 신들도 제자식을 이 싸움에서 빼돌릴 겁니다. 누구나 제자식 사랑하는 것은 그대도 아는 바가 아니겠소. " - 헤라가 제우스에게
"언변은 토론에선 능사요, 싸움에서는 행동이 그대의 운명을 좌우하는 거요. 그러니 입씨름은 집어치우고 과감하게 싸워라!" - 파트로클로스
"왜 그렇게 우느냐? 파트로클로스 역시 죽었다. 그는 너보다 몇 배나 뛰어난 인물이었다. 나도 또한 큰 인물로 보지 않는가? 나의 아버지는 용맹한 장군이고 어머님은 여신이다. 그러나 역시 나도 죽음과 운명의 쇠사슬에 묶어져 있다. 어느 누가 싸움터에서 창으로 찌르든 활로 쏘든 하여 내 생명을 빼앗아 갈 때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그것이 아침이 될지 저녁이 될지 또한 한낮이 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 아킬레우스가 프리암 왕의 아들 리카온에게
스트리페 - 살상의 아레스 신과 벗이요 누이다. 처음에는 키가 작았지만, 발은 땅에 붙어 있었으나 머리가 하늘에 치솟을 때까지 자란 여신이다.
군중들은 편을 들어 이 편도 찬성하고 저 편도 찬성한다.
by 月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