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여가는 술병 - 술 한잔 하자
술 마셨어요. - 술 한잔 하자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때면,
자연스럽게 이 말이 튀어나온다.
"술 한잔 해야지?"
만나자 마자 술집으로 향하고,
안주가 나오기도 전에 술잔을 헹군다.
반갑다고 한잔.
건강을 위하여 한잔.
어쨌든 한잔.
우리의 모임은 대부분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났다.
게임을 할 때는 함께 PC방을 가기도 했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던 적도 있지만,
점점 다양성이 줄어 들었다.
다양성이 줄어들고 부턴,
황혼에서 새벽까지 술로 지새우곤 했다.
얼마 전.
술을 부어라 마셔라 하지 않는 친구들을 만났을 때.
삼차로 커피숖을 갔다.
술집이든 커피숖이든 이야기를 하기엔 충분하니까.
이것은 큰 변화다.
여럿이 모여 술을 한잔 걸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
술을 좋아하는 친구의 전화가 왔다.
"우리 이제 낮에 만나자. 술 마시지 말고, 그냥 밥만 먹자. 힘들어.ㅋ"
한 삼 년 전부터 술을 줄이자고, 서로 빈말을 하긴 했지만.
이 날 따라 친구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나도 술을 줄이겠다는 결심이 선 뒤라, 더 그런지 모르겠다.
이것은 큰 변화다.
앞으론.
'술 한잔 하자.'
대신.
'만나자.'
'얼굴 보자.'
'놀자.'
'보고 싶다.'
라는 말을 더 자주 써야지.
'보고 싶다. (술 한잔 하자.)'
by 月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