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고등어회 맛집. 그리운 바다 성산포.
고등어는 자반고등어. 고등어 한 손은 두 마리라는 걸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생선으로, 밥반찬으로만 먹었지 회로 먹을 기회는 없었다.
그런데 성산 일출봉, 성산항에서 가까운 곳에 고등어 회를 맛있는 집이 있다는게 아닌가?
그 소리를 들었더니 성산 일출봉 앞바다에 고등어가 뛰어노는 모습이 그려지며 배가 고파졌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는 활고등어 회가 전문인 식당이다.
점심시간이 좀 지난 늦은 오후였는데도 손님이 적당히 있었다.
멀리서 소문 듣고 찾은 손님도 있고, 제주도에 살며 가끔 찾는 손님도 꽤 되었다.
고등어를 먹으러 왔으니 활고등어회를 주문했다.
고등어는 죽은 지 조금만 지나면 비린내가 심하지만, 그리운 바다 성산포에서는 싱싱한 녀석을 바로 잡으니 고등어의 참맛을 느끼기 좋다며 친절히 설명해 주신다.
조금 기다리니 고등어회가 녹색의 밥과 함께 나왔다.
이 밥은 와사비밥으로 고등어 회 한 점과 깻잎에 싸서 먹으면 궁합이 잘 맞는다.
고등어회가 참 고소하고 맛있다.
갈치회가 들어간 회국수도 한 그릇 주문했는데,
매콤한 초장 맛이 강해서 갈치회가 어떤 맛인지는 알기 어려웠다.
그래도 고등어 회를 맛있게 먹었으니 되었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
좋은 음식점의 삼요소를 모두 갖추었다.
맛있고, 깨끗하고, 친절하다.
성산항 쪽을 지난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맛집이다.
어르신들은 고등어 추어탕을 많이 드시던데, 나중에 오면 고등어 추어탕도 한 그릇 먹어봐야겠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 식당 블로그
http://blog.naver.com/phs001028
그리운 바다 성산포 식당 위치
맛있는 고등어 회를 먹은 김에 이생진 시인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도 적어본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무덤이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 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를 보고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 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집 개는 하품이 잦아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게 탄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무더웠던 사람
죽어서 시원하라고 산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놔 두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 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평생 두고 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