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베르겐 뒷산. 플뢰위엔에서 울리켄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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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좀 걸었습니다.
몇 시간 산책했다고 온몸이 뻐근하네요.
묵는 숙소에서 산책로 입구가 가까워 가벼운 마음으로 걸어 올라갔습니다.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열차도 보이던데, 줄이 길게 서 있더라고요.
뭐 시간도 넉넉하니 걸어서 뒷산을 올랐습니다.
도시가 저 멀리 내려다보이는군요.
신기한 꽃도 보이네요.
겨울엔 날이 춥다던데 그래서인지, 꼭 새 털 같은 꽃이에요.
따듯해 보였어요.
중간에 잠시 길을 잃었습니다.
덕분에 참 고요하고 멋진 풍경을 맛보았지요.
이런 아름다운 곳에 어쩐지 사람이 안 보인다 했더니,
두 시간 정도 헤매고서야 사람들이 다니는 산책로를 발견했어요.
힘들어서 숨이 찹니다.
일단 헉헉대며 바위에 걸터앉았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양 한 마리가 유유히 풀을 뜯고 있군요.
저 녀석은 힘도 하나 안 들어 보입니다.
하긴 이 동네 사람들은 이 뒷산을 아무렇지도 않게 조깅으로 뛰어다니는 걸 보니,
제가 요즘 걷질 않아 체력이 떨어졌나 봅니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니 참 반갑습니다.
여행 정보 센터에서 받은 안내서에는 대략 대여섯 시간 정도 걸린다던데,
중간에 쉬고 먹고 헤매다 보니 여덟 시간 만에 출구로 빠져나왔어요.
12번 버스가 산책로 입구까지 운행하니 그 버스를 타고 베르겐 시내로 돌아가면 됩니다.
플뢰위엔(Floyen) 산은 해발 425 미터, 우리켄 (Ulriken) 산은 해발 643 미터 랍니다.
이곳엔 방수 점퍼를 꼭 챙겨가는 게 좋아요.
하늘을 보면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을 듯 파란데,
갑작스러운 폭우를 두 차례 만났거든요.
첫 비는 우비를 쓰면 그럭저럭 견딜 만했는데,
두 번째는 엄지손톱만 한 우박과 거센 비가 쏟아져서 우비도 소용없이 홀딱 젖었습니다.
그래도 운이 좋은지 두번째 만난 비는 마을에 거의 다 왔을 때여서,
금방 숙소로 돌아와 뽀송뽀송한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었지요.
by 月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