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자 월풍의 여행수필집. 방랑은 청춘이다.


방랑은 청춘이다.

여행.
왜 떠나시나요?
혹자는 지친 몸을 재충전 하러 떠나고,
어떤 이는 팔팔한 몸을 지치게 만들러 떠납니다.
여러 나라를 돌아보고 견문을 넓히러 나가기도 하고,
그 넓은 세상 속의 자신을 돌아 보기 위해 나가기도 합니다.
이 수필집엔 여행자가 내면을 바라보고 정리하는 과정이 담겨있어요.
글은 기교 없이 단순하고 투박한 편입니다.
초보의 글이니까요.
글을 제대로 맘 잡고 쓴 건 이제 겨우 삼 년이 지났으니,
기술이 매끄럽지 못하지요.

이 수필집이 은 쟁반에 금 가루가 뿌려 나오는 화려한 음식이 아니에요.
강한 조미료 탓에 원래 재료가 무언지 알기 어렵거나,
미식가들만 잡아 내도록 맛을 꼭꼭 숨겨 놓은 요리도 아닙니다.
다만 좋은 재료를 골라 정성스레 만든 만큼,
손맛이 깊게 베인 수필집 이지요.
모두가 그럭저럭 먹을 수 있는 흰 밥이 아닌 이상,
입맛에 따라 음식의 호불호가 갈리지요.
이 수필집 또한 어떤 이의 입엔 영 맞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대신 입에 착착 감긴다는 사람도 있겠죠? :D

저는 한번 읽은 책을 다시 꺼내 보는 경우가 드문 편 입니다.
제가 쓴 글을 빼면 두 자릿수를 넘게 본 적이 없지요.
그런데 이 수필집은 출판 되기도 전에 세 자릿수를 넘겼습니다.
글을 다듬고, 고치다 보니 계속 읽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책과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어쩜 누군가에겐 한번 읽기에도 내키지 않는 글일지도 모릅니다.
여러 사람이 적당히 즐겁게 읽으려면, 그에 맞게 글을 가려 써야겠지요.
하지만 저는 제 입맛에 맞지 않는 요리는 만들지 못합니다.
자기 입에도 맞지 않는 음식을 무슨 맛으로 만들겠어요?
글 또한 제 취향대로 씁니다.
책의 성격에 따라 말투나 분위기는 좀 다르지만 말이에요.
얼마 전 나온 ‘은의길 욕하지 말고 웃으며 걸으세요.’가 겉절이라면,
이 수필집 ‘방랑은 청춘이다.’는 묵은지 이지요.
겉절이는 신선한 맛에, 묵은지는 깊은 맛에 먹습니다.

자, 맛을 보시지요.
아래의 두 글은 책이 너무 두꺼워져서 편집 한 글입니다.
영화로 치면 감독 판에나 등장하는 장면이에요.

얼마나 높은 산인가?

토마토 같은 사람

아래 링크엔, 책 속의 여행지를 지도에 정리했습니다.

방랑은 청춘이다 여행 지도







by


Tags : , , , , , , ,

  •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광고를 클릭해주시면,
    블로그 운영에 큰 도움이 됩니다!

기억의 단편. 만필, 토마토 같은 사람 - 2011년 한국

비슷한 점이 많을수록 쉽게 공감대가 형성된다.
취미가 같은 사람,
취향이 같은 사람.
나는 그중에서도 식성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특히 반갑다.
“오! 저도 그걸 즐겨 먹어요!”
좋아하는 음식을 앞에 두고 나누는 대화는 더 즐거우니까.
대부분 이렇게 생각하지 않나?
잡식성인 내 주위의 사람은 잡식성이 대부분이다.
가리는 음식이 많은 사람과의 만남은 왠지 불편하므로.
보통 사람이 모이면 먹고 마시는데,
편식 인간과 함께하면 음식을 가려서 주문하게 되어 그렇다.
고등학생 시절 친구 중에 세상에 존재하는 음식 중 30% 정도만 먹을 수 있
던 심각한 편식 인간이 있었다.
“그걸 어떻게 먹어. 사람이 먹는 게 아니야.”
하지만 심한 편식을 하던 그 친구는,
잡식 무리와 어울린 지 십 년 만에 어지간한 음식은 다 먹는 잡식 인간으로
거듭났다.
초식, 육식, 잡식, 면식...
여러 식성 중에서 나는 잡식.
그중에서도 육식을 선호하는 잡식 인간이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채식을 선호하는 잡식으로 변하면서,
좋아하는 음식 군이 변하였다.
배가 고플 때.
피가 뚝뚝 흐르는 스테이크나 삼겹살 같은 육류가 생각났는데,
요즘은 버섯, 마늘, 가지 같은 채소류가 생각나는 거다.

라오스 비엥싸이-'토마토 같은 사람'

그 채소 중 우위를 차지하는 토마토.
토마토는 참 매력적이다.
고기는 빨갛고,
토마토도 빨갛다.
고기를 씹으면 육즙이 나오고,
토마토를 씹으면 과즙이 나온다.
고기는 익을수록 질겨지고,
토마토는 익을수록 부드러워진다.
익는다는 것을 사람에 빗대면 성숙해진다고 할 수 있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은 질기고 독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한다.
“그렇게 물러서 세상 어떻게 살라고 해?”
주변에 무른 사람이 있으면 이렇게 조언을 하곤 하니까.
나도 아등바등 질기게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해 왔다.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이젠 생명을 목표를 위해 ‘활용’하기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주먹 불끈 쥐고, 어깨와 목에 힘을 꽉 줄 필요가 없다.
살기 위해 긴장하고 질겨질 필요가 없으므로.
토마토처럼 부드럽게 살면 된다.
나는 토마토 같은 사람이 되리라.
빨간 토마토는 껍질을 벗겨도 빨갛듯.
겉과 속이 같은 사람.
익을수록 부드러워지는 사람.
생으로 먹어도 맛있고,
익혀 먹어도 한결 같이 맛있는 토마토처럼.
인생의 맛을 잃지 않는 사람.
따로 먹어도 좋고,
다른 음식과 곁들여도 좋은 토마토처럼.
조화로운 사람 말이다.



by


Tags : , , , ,

  •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광고를 클릭해주시면,
    블로그 운영에 큰 도움이 됩니다!

기억의 단편. 여행 만필, 얼마나 높은 산인가? - 2010년 태국.

도이인타논 국립공원-'얼마나 높은 산인가?'

오토바이를 빌려 타고 냅다 달린다.
태국의 지붕이라 불리는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
아침부터 먼지를 뒤집어쓴다.
큰 트럭이 앞에 지나갈 때면,
더욱 괴롭다.
먼지도 많이 나고,
가끔은 커다란 바퀴에서 자갈이 튀어나오니까.
오토바이 운전 실력을 쌓아오길 잘했다.
단지 삼 일.
그동안에 제법 태국의 오토바이 문화에 익숙해졌으니까…
‘생각보다 가깝잖아?’
숙소에서 조금 일찍 나오긴 했지만,
오전 중에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할 줄은 몰랐다.
얼마 달린 것 같지도 않은데.
“자. 여기에 외국인이라고 표시하고 이름 쓰고 들어가요.”
국경일인가?
입장료도 받지 않고 들여 보내준다.
안내소에서 공원 지도를 받으니,
공원의 규모가 어렴풋이 짐작된다.
나는 지금 서울역에 도착 한 거고,
명동과 올림픽 공원.
거기에 여의도까지 하루 만에 다 돌기는 무리다.
지도에서 꼭 가고 싶은 한 곳 찍었다.
나머지는 시간이 남으면 들리기로 하고 출발이다.
목표 지점은 정상에 있는 산책 코스.
올라가는 길에 폭포 하나 구경하고,
마을에 들렀다.
마을 입구의 식당.
‘이렇게 먹는 거요. 뭐가 되었든 입으로 들어가는 거면 돼요.’
허공에 밥 퍼먹는 시늉을 하니,
뭔가 요리를 해서 주신다.
나도 밥을 먹고, 오토바이에게도 밥을 준다.
‘자~ 배 좀 채웠으니, 기분 좋게 출발!’
정상은 마을에서도 한참이다.

도이인타논 국립공원-'얼마나 높은 산인가?'

고도가 올라갈수록 날씨가 차가워진다.
정상에 오르니 손에 감각이 없다.
겉옷을 꺼내 입었지만, 장갑은 없었기에.
분명 아래 동네는 따뜻했는데,
위에 올라오니 찬바람이 쌩쌩 분다.
이 싸늘한 바람이 인간의 자존심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정도까지 다가오면,
따뜻하게 대하지만,
자존심을 뭉개고 넘어가려는 이에겐 찬바람을 뿜어 댄다.
낮은 언덕을 닮아 가자.
누가 밟고 넘어가더라도 따뜻할 수 있게.



by


Tags : , , , , , ,

  •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광고를 클릭해주시면,
    블로그 운영에 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