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자본주의. 맑스의 자본. 자본을 넘어선 자본.

썩은 음식이 흰 보자기에 싸여 있습니다.
굳이 들춰보지 않아도 썩었다는 걸 알지만,
보자기를 들추면 확실히 실감이 납니다.
코를 찌르는 냄새 하며,
제멋대로 문드러진 모양이 눈에 확 들어오죠.
이 책은 자본주의 위에 덮인 보자기를 들춰냅니다.
잘 지어낸 픽션도 아닌데,
저의 감정을 요동치게 하더군요.
책을 읽는 동안 답답해서 가슴을 치기도 하고,
입 밖으로 욕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는 중 제가 수행이 덜 된 인간이란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남을 굶게 하는 사람.
돈을 벌기 위해 남을 기계 속 부품처럼 이용하는 사람.
자신이 꿈이 없다고, 남까지 꿈꾸지 말기를 강요하는 사람.
이런 연민을 받아 마땅한 사람들에게 몇 번이고 화가 치밀어 올랐거든요.
네 압니다. 그런 사람들이 사실은 불쌍한 사람들이란 거.
하지만 저는 아직 그 사실을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수행을 계속하다 보면 가슴속에서 연민이 우러나오는 때가 오겠죠.
뭐 어쨌거나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이 자본주의가 제 마음에 안 든다고 불평불만 해봤자 마땅한 수가 생겨나는 건 아니지요.
투덜거리는데 시간을 쓴다면, 변화를 간절히 바라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그만큼 행동할 시간이 줄어드니까 말이에요.
최선은 행동하는 것이고,
차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Capitalism

눈길을 잡아끈 문장 - 자본을 넘어선 자본

친구들이여, 우리는 살기 위해 너희들을 무척 필요로 한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들이 이 ‘지구 어머니’ 속으로 들어가서 무언가를 자라게 할 것이다. 그러면 너희 동물들도 그것을 먹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그것은 하나의 순환이며 교환이다. 그렇게 해서 모든 생명이 연결된다.
- 베어 하트, 인생과 자연을 바라보는 인디언의 지혜

사회공동체가 통째로 곤경에 빠져들지만 않는다면, 개인들은 굶어죽을 염려가 없었다. 예를 들면 카피르(Kafir) 족의 크랄 토지제도 아래서는 ‘결핍이란 있을 수 없다. 원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그것을 받는다..’ 콰키우틀(Kwakiutl)족은 ‘일찍이 굶주리게 되는 위험에 직면한 적이 전혀 없었다.’ 마찬가지로 16세기 초엽까지 유럽의 거의 모든 사회조직에서도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조건이 인정되고 있었다.
- 폴라니, 거대한 변환

한평생 그는 주께서 그의 손에 부치신 인디언 98명을 죽였다. 그는 삶이 끝나 그의 본향에서 주의 팔에 안겨 잠들기 전에 100명을 채우길 바랐다.
- 인디언의 복음

고통을 참고 견디는 노동의 훈육이 아니라 기쁨과 즐거움이 일과 함께 하는 삶의 꿈, 사람들의 활동이 소유의 말뚝에 막혀 멈추고 갇히지 않는 그런 세계의 꿈. 나와 타인, 아니 나와 다른 모든 것이 대립하지 않고 공존하는 세계의 꿈, 사물과 사람이 흐름이 서로 어울리는 상생적 세계의 꿈, 아마도 그러한 꿈들이 서로 만나고 증식되며 거대한 횡단선을 타고 흐를 때 ‘과학’은 그 꿈과 현실을 연결하는 강력한 끈이 되어 줄 것이다.
- 이진경, 자본을 넘어선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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