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세르발은 산탄데르에서 알려진 맛집 중 하나로, 미슐랭 가이드 2017에서 별 하나를 받았다.
사실 딱히 미슐랭 가이드에 나와서 찾아갔다기보다는, 숙소 가까이에 괜찮은 식당이 있나 찾다가 얻어걸렸다.
식당을 향하는 내내 혹시 잘못 들었나 생각될 정도로 예상하기 힘든 곳에 있다.
일부러 찾아오지 않는다면 절대 찾지 못할 곳에 숨은 맛집.
엘 세르발.
엘 세르발이란 이름을 번역기에 돌렸더니 북유럽에서 '생명의 나무'로 신성시되는 마가목이란다.
아마도 유리창에 그려져 있는 나무가 엘 세르발이 아닐까?
자리에 앉으면 빵을 가득 싣고 와서는 묻는다.
"어떤 빵을 드릴까요?"
빵을 고르면 즉석에서 썰어 주고, 여러 종류 올리브유 중에서 마음에 드는 걸 선택해 빵을 찍어 먹는다.
빵을 좋아하는 나는 처음부터 만족스러웠다.
이어져 나오는 요리들은 '과연, 미슐랭 별을 받은 맛집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장식이 화려하진 않아도 눈이 즐겁고, 식욕을 돋우기에 충분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커피를 주문하면 맛 좋은 초콜릿도 선물로 준다!
세상에.
빵이랑 초콜릿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든 두 배의 만족을 얻어 가리라.
엘 세르발.
미슐랭 가이드에 나온 칸타브리아의 맛집은 날 실망케 하지 않았다.
산 세바스티안은 인구가 20만도 안되는 작은 도시지만, 미식가라면 꼭 들러봐야 할 도시로 꼽힌단다.
맛집이 워낙 많아서라고 하는데, 아무 데나 들어가도 평균 이상의 맛이었다.
미슐랭 가이드도 이곳을 놓치기 싫었는지 치열하게 맛집투어를 하고는 30곳이 넘는 맛집을 엄선했다.
시간과 돈의 여유가 있다면 모든 맛집을 들러보는 것도 괜찮겠다.
그러나 단지 며칠 머물다 가는 여행자에겐 해변에 누워 햇볕을 받고, 바다에 뛰어들어 파도를 즐기는 것 또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만큼이나 즐겁기에 유명한 맛집을 한곳만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을 3개 준 맛집이 산 세바스티안에는 무려 세 군데나 된다.
마르틴 베라사테기, 아켈라레 그리고 아르작.
셋 중에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다가 아르작을 가보기로 했다.
바스크 요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는 평을 본 것 같았고, 트립어드바이저 평도 썩 괜찮았다.
그리고 아르작은 중심가에서 제일 가까웠다.
찾아가기 부담 없어서 설령 아주 특출나게 맛있지 않더라도 실망을 덜 할 것 같았다.
일단 분위기를 보려고 점심 즈음 들렀다.
조용한 동네에 평범한 건물.
아르작이라는 간판도 그리 튀지 않고, 손님도 눈에 띄지 않는다.
혹시 바로 식사가 되는지 물었더니 당일 예약이 모두 차서 안 된단다.
다행히 이틀 후 점심에 예약이 된다기에 예약을 걸었다.
"까바 한잔 하시겠습니까?"
의도치 않은 낮술을 하고 돌아왔다.
사실 아르작에 발을 디디기 전까지는 고민을 많이 했다.
'밥 한 끼에 너무 큰 돈을 쓰는 건 아닐까?'
끼니를 때우는 값이라면 지나치게 큰돈이다.
그렇지만 미슐랭 가이드 3스타 요리라는 특별한 경험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이틀은 금방 지나갔고 입맛을 다시며 아르작을 찾았다.
뭐가 제일 입맛에 맞을지 알면 단품을 주문하는 것이 좋겠지만, 다양한 음식을 조금씩 맛보려고 아르작 테이스팅 메뉴를 주문했다.
요리가 나올 때마다 감탄했다.
우선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고, 뛰어난 맛으로 미각을 만족하게 한다.
아르작의 한 접시 음식에 얼마나 큰 노력이 들어가는지 알겠다.
요리마다 이야기를 담으려고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과연 미슐랭 3스타에 오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파도치는 바다화면을 띄운 태블릿 위에 생선 요리를 올려 나왔을 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고 한 번쯤은 겪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회와 비둘기요리에선 약간 비린맛이 나서 아쉬웠지만, 나머지 요리는 다 맛있었다.
둘이서 테이스팅 메뉴와 까바 두잔을 마시고 500유로가 나왔으니 가격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만약 산 세바스티안에 다시 가서 열흘을 지낸다면, 아르작을 가기보단 네스트로 바에서 소고기를 10번 먹겠다.
그건 이미 아르작을 경험했기 때문이고,
만약 아르작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면 그 경험을 위해 한 번은 꼭 들르겠다.
음식의 맛과 멋. 그리고 장인정신을 엿볼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아르작.
이곳에서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요리를 맛보았다.
빵집이 조금 유명하다 싶으면 문 앞까지 줄이 길게 늘어선 것이 보통인데 맘모스 제과점 입구는 어째 한산하다.
혹시 잘못 찾은 것은 아닐까 조심히 문을 열고 들어가니 먹음직스런 빵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들 맛있어 보이지만 모두 먹어보긴 어렵다.
우선 크림치즈 빵을 두 개. 크랜베리 바게트 한 개 그리고 블루베리 파이도 하나 집었다.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될 정도라면 맛있지 않을까?
기대를 너무 하면 생각보다 맛이 없진 않을까?
우선 크랜베리 바게트는 썩 괜찮다.
그렇다고 특별히 맛있지는 않다. 빵 좀 만든다 하는 빵집은 이 정도는 다 만드니까.
블루베리 파이도 좀 달긴 하지만 괜찮다.
그러나 디저트로 조금이라도 이름난 집이라면 이런 파이 정도는 우습게 만든다.
크림치즈 빵.
하얗고 쭈글쭈글하고 볼품없이 생겼다.
맛은?
아마도 미슐랭 가이드를 쓴 사람이 이 빵을 먹었나 보다.
치즈가 들어간 빵은 치즈가 굳기 쉬운데, 빵을 사고 반나절이 지나서 먹었는데도 치즈가 부드럽다.
빵과 치즈가 따로 놀지 않고 원래 하나인 것처럼 어울린다.
맛있다.
맘모스 제과점은 크림 치즈 빵 맛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