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시며 즐기는 재즈. 제9회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은 제가 즐겨 찾는 음악 잔치입니다.
이 년 만에 자라섬을 찾았더니,
분위기가 확 달라졌더군요.
우선 그전엔 주 무대를 빼곤 이리저리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는데,
이번엔 메인 무대 가는 길을 입장 시간 전까지 막아놔서인지 답답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작년부터 이렇게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지금껏 자라섬에서 줄 선 적이 없는데,
늦게 가면 자리가 없다는 소리에 함께 한 일행들과 입구에서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마치 놀이공원에서 인기 놀이기구를 타려고 기다리는 기분이었어요.
꽤 오래 기다렸는데, 날씨가 화창한데다 희미하게 음악 소리도 들려와서 그런지 지루하진 않았습니다.
돗자리 깔고 앉아 수다 떠는 것도 나름 재미나잖아요?
입장하라기에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사람들이 마구 앞으로 달려갑니다.
커다란 짐을 메고 뛰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난민 같았어요.
신 나게 북을 치는 행진을 그냥 지나쳐 달려가네요.
잔치를 즐기러 와서 저렇게 죽자고 뛰어야 하는지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뭐 아무튼 꽤 앞쪽에 자리를 깔고 앉았습니다.
몇 회였나 기억은 안 나지만, 사람이 지나다닐 통로를 빼고 돗자리를 깔게 했던 때가 생각나네요.
하긴 그때 사람들이 줄을 무시하고 막 깔아서 별 소용이 없었지만,
다음엔 길을 좀 남기고 자리를 깔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화장실이라도 한번 다녀오려면 돗자리 사이의 공간을 찾아 미로처럼 한참 헤매야 하거든요.^^;
저녁거리를 좀 사 와서 자리에 앉으니, 곧 해가 떨어집니다.
날씨가 다른 때보다 많이 따듯해서 떨지 않았어요.
추위에 떨까 봐 완전 무장한 게 무색할 정도로 날씨가 좋았거든요.
공연 참 멋졌습니다.
특히 듀크 엘링턴 오케스트라가 기대만큼 멋졌어요.
사람들이 일어나서 노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바닥에서 어깨춤이나 들썩인 게 좀 아쉬웠지만요.
외곽이나 카메라 바로 앞에 자리를 잡았다면 맘껏 뛰어놀았을텐데 말입니다.
제9회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벌써 다섯 번이나 이 잔치를 찾았군요.
갈 때마다 다음에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곳이지요.
이번에는 딱히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잔치라기보단 콘서트처럼 느껴졌거든요.
공연은 멋지지만,
맘 편히 즐기는 잔치 분위기는 회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음악 감상’을 하러 찾는 장소가 아니라,
‘음악 잔치’를 즐기는 곳이면 좋겠어요.
내년엔 10회인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