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하루종일 소설책도 보고, 드라마도 보며 뒹굴다가..



어무이와 저녁을 먹고는,



꽤 맛있는 티라미슈 케이크에, 언제 이렇게 많아졌나 싶을정도의 초를 꼽고는 나의 생일을 축하했다.



오늘따라 술이 땡기던 나는 미리 만나서 놀고있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는데..



이녀석들 아무래도 피곤하다고, 일찍 간다고 했다.



‘그래 그럼 집에 들어가 있어. 이따가 전화하면 나와.’



라고 했더니 ‘뭐?!!!!’ 하고는 기다린단다.



어무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면도도 안한 까칠한 턱으로 목도리를 문지르며 약속장소로 향했다.



그 턱 만큼이나 내 기분도 까칠했는지..



나의 20대 초반처럼 마냥 즐거워 보이는 녀석들이 무리지어 서있는 모습을 보고 괜히 시비를 걸고 싶어졌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제일 약해보이는 녀석을 한대 때리고는,



어릴때부터 고기를 많이 먹었는지, 덩치가 황소만한 녀석들에게 아스팔트가 파이도록 밟히겠구나 싶어서,



그냥 피식 웃고는 친구들과의 약속장소로 향했다.



이녀석들이 내기당구를 치고 막 일어나려는 타이밍에 내가 도착해서,



술 한잔 걸칠곳을 찾아다녔다.



중화요리주점을 발견한 나는 ‘야! 저기다 저기. 저런델 가야지.’



라고 친구들을 데리고 주점으로 향했다. 물론 내가 중국술을 좀 좋아하기는 하지만,



소주로 시작하면 내가 너무나 빨리 정신을 잃도록 만들 녀석이 곧 일을 마치고 합류할 것이기 때문에..



미리 다른술로 적셔놓고 시작하려고 택한 곳이었는데.



아뿔사..



자리가 없다.



이곳에도. 그 건너편 술집도..



백발자국도 더 걸어간 또다른 술집에도.. 우리가 들어가서 알콜에 코를 박을만한 자리가 남아있지 않았다.



맙소사.



다들 술이 고팠나보다. 이렇게 술집이 미어터질정도로 사람이 많을줄이야..



우리는 한적한 동네술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동네에는 술한잔 할만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분식집에 조명만 멋진녀석을 달아놓고는 그럴싸한 간판을 달아 놓은 집의 문을 열었다가,



‘으헉.’ 소리를 내고 나와서는..



허름하지만, 주점의 구색을 갖춘 주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들어갔던 우리는 이 집의 기본 안주로 나온 미역국과 김치를 먹으며 감탄사를 내질렀다.



‘이야 이거 제대로다. 맛있는데!’



좁쌀 동동주를 시켰는데 이 역시 미숫가루만큼 진한 녀석이 나와서 우리를 감동시켰다.



파전하나에 미숫가루같은 동동주를 마시고 있을때 또 한 친구녀석이 등장했다.



술 잘마시는 녀석.



같은 동네에 살며, 내가 술고플때마다 동네 놀이터로 불러내서 길고양이 녀석들과 안주를 나눠먹으며 한잔 했던녀석.



눈이 감겨있다.



많이 졸렸나보다. 내일 1부 예배를 가야된다고 평소답지 않게 술도 안마시고.



피곤에 쩔어서 눈을 꿈벅거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나왔다.



요즘 완전 피곤해서 죽겠다고, 나한테 주말에 와서 술한잔 하자고 한건 빈말이었다고 하면서 나와서 좋아하지도 않는 동동주도 홀짝대고, 좋아하는 소주도 한두잔 마시고..



일찌감찌 나왔다.



편의점에서 캔커피를 한잔씩 마시며, ‘아 왜이리 춥냐. 날씨가 미친거 같아.’ 라고 말하고는..



조심히들 들어가라며 아쉽지만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집으로 향하는 코스에 내가 유난히 좋아하는 담쟁이 덩굴길이 있다.



오늘은 왠지 벽을향해 주먹을 내지르고 싶어서..



울퉁불퉁한 벽면을 쳐다보며 걸었지만.



결국 그 길이 끝날때까지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지 못했다.



‘날도 추운데 이런날 벽을 치면 그나마 있던 술기운도 모두 날라가고 아파서 비명을 지를꺼야.’



라는 현실적인 생각에서 일까?



집으로 돌아오며..



내가 지금 걸어가는 이길은 몇년간 걸어다니며 익숙하다고 느꼈던 이길은..



오늘따라 왜 이리 낯선지..



묵묵히 내 앞을, 내 옆을 걷고있는 그림자 녀석이 오늘따라 왜이리 든든한지.



이녀석은 내가 기뻐서 방방뛰며 걸어가던, 힘들어서 신발을 질질 끌며 걸어가던..



묵묵히 내 주변을 지켜주지 않았던가?



비록 아무런 표정도 보이지 않지만.



난 이녀석을 향해 씨익 웃어주고는 집에 들어왔다.



나의 하루.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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