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숙소. 킹 글램핑.


입구-'용인 킹 글램핑'

텐트-'용인 킹 글램핑'

자연을 느끼며 하룻밤 먹고 떠들기 좋은 장소를 찾아봤다.
접근성 좋고, 가격도 괜찮은 데다가 시설도 깨끗해 보이는 용인의 킹 글램핑으로 장소를 정했다.
샤워시설은 따로 되어있지 않지만, 글램핑을 이용하면 로만바스 사우나 이용권을 주니 나쁘지 않다.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떠나는 캠핑만 다녔는데, 냉장고까지 갖춰진 고급진 글램핑이라니 좀 기대가 된다.
이정표를 따라 올라가니 짱짱하게 쳐진 텐트가 보인다.

내부-'용인 킹 글램핑'

그 안에는 침대며 조명이며 가구가 집처럼 잘 갖춰져 있다.
‘여기서 왕처럼 지내는 기분을 느끼게 되는 건가?!’
텐트 앞 해먹에 잠시 누워 캠핑 기분을 내 본다.
그러나 킹 글램핑에선 왕이 된 기분이 아니라,
왕의 숙소에 얹혀 지내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곳이라는 걸 깨닫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저, 사장님. 냉장고 지금 돌아가는 건가요?”
“그럼 당연하지. 내가 아까 전기 다 넣었어.”
음식을 넣고 아무래도 이상하여 살펴보니 두꺼비집이 내려가 있다.
하마터면 무더운 더위에 상한 음식을 먹게 될 뻔했다.
캠핑의 로망. 캠프파이어.
장작을 개별로 준비해 가면 안 되고, 킹 글램핑에서 제공하는 캠프파이어 패키지를 이용해야 한다.
막 저녁을 먹기 시작하는데 사장님께서 캠프파이어 나무를 가져오셨다.
여름이라 해가 늦게 지니, 저녁을 다 먹고 어두워지면 불을 피웠으면 했다.
그런데 사장님께서 6시에 장작을 피우시려는 게 아닌가?
“사장님, 저희 저녁 다 먹고 좀 어두워지면 불을 피우고 싶은데요?”
“그래? 내가 원래보다 굵은 나무 몇 개 더 넣었어. 그러니까 불 핀다?”
“저, 그래도 지금은 너무 이른 시간 같아요. 좀 이따 저희가 켜면 안 될까요?”
“나 이제 가봐야 해서 불 피우고 가려고, 지금 피운다? 이거 자리 옮기거나 하면 안 돼. 불나니까.”
그러곤 불 피우고 퇴근하셨다.
저녁을 다 먹고 나니 모닥불은 불씨만 남았고, 기분이 팍 상했다.
어디 싫다는 사람네 집에 사정사정해서 억지로 얹혀 지내면 이런 기분일까?
그래도 기왕 왔으니 술도 한잔 하고, 담소를 나누다가 새벽 세 시쯤 침대에 누웠다.
높은 습도 탓인지 마치 누가 오줌을 싼 것처럼 이불이 축축했다.
찝찝해서 이불을 덮은 둥 만 둥 뒤척이다가 겨우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침 여덟 시 무렵 부스럭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사장님이 부지런하게 오셔서 어제 피우셨던 캠프파이어와 바비큐 장비를 청소하고 계신다.
사람들이 모두 자고 있으면 좀 조심조심하면 좋을 텐데,
남이야 자건 말건 우당탕탕 쾅쾅 시끄럽다.
기분이 안 좋다.
체크아웃 때 사장님이 오셔서 우리를 쓱 둘러보곤 말씀하신다.
“잘들 노셨나? 푹 쉬었지? 그런데 표정들이 왜 그래? 기분 나빠?”
거의 풍문으로 들은 ‘손님 맞을래요?’ 수준이다.
킹 글램핑.
1박 2일간의 왕의 숙소 얹혀 자기 체험을 끝냈다.
나는 이런 상황극을 예상하고 간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글램핑을 즐기러 갔었다.
그래서 다시는 찾고 싶지 않다.
혹시 왕의 숙소에 얹혀 자기 상황극을 체험하려면 한번 가봐도 괜찮겠다.
‘나는 왕이고, 너희는 떨거지다.’
딱 이런 느낌을 받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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