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에서 나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이들이라면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겉으로는 남들의 눈과 입에 신경 끄고 사는듯 하여도, 미움 받기 싫어서 이미지 관리에 꽤 신경을 쓰는 편이라는 것을 말이다.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본능이라고 나에게 변명을 하며 지내왔지만, 두껍게 씌여진 가식으로 이제는 영혼의 존재여부까지 위협을 받고 있기에 ‘나’ 로 살아갈것인지, 혹은 나이 27세의 무직에 성별‘남’으로 살아갈 것인지 결정을 해야하는 갈림길에 와있다. 그동안 의 삶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변덕스러운 내가 지금 느끼기에 가식적인 모습이 많았다. 배려와 가식사이에 있는 종이 한 장은 나를 때때로 혼란스럽게 만들었으며, 쓸모없는 고민에 빠져들어 움직임이 굼떠졌다. 점점 늘어가는 뱃살탓도 있지만 분명 가식의 영향이 많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억지로 이해하려고 하던 것이나, 욕이 앞니 사이로 삐져나오기 전에 언어순화라는 명목하에 다시 삼켰던 말들 덕분에 그토록 신경쓰는 외모에 얼마나 악영향이 미쳤던가. 주름이 2mm는 깊어졌고, 피부톤은 두단계정도는 어두워 졌다.

  여행을 떠나기 전 겉 모습에 신경 참 많이 쓰고 살았다. 일을 하여 돈을 벌어서는 옷과 신발, 가방따위를 사거나,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가끔씩은 피부에 좋다는 팩도하며 겉모습을 위해 대부분의 예산을 쓰며 지내왔다. 나에겐 멋에 투자하는 것이 참으로 값진 일이기에 그동안의 나의 겉멋든 행동 또한 가치 있는 일이었다. 다만 속멋을 위한 투자가 없다는데 약간의 문제가 있을뿐이다. 속을 채우려는 마음은 언제나 있었다. 용을 생각하며 시작한 일들이 미꾸라지 꼬리만큼 진행되면 추어탕 꺼리로 전략해버려서, 아직 끝을 본 일은 없지만 말이다. ‘이게 참 병렬처리의 묘리야.’ 남에게는 따뜻한 말 한마디도 건낼줄 모르는 녀석이 자기한테는 참 달콤한 말을 잘도 한다. 아직 세상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잘 닦여진 도로를 향해 걷는다. 아쉽게도 나는 그길을 기어 가는게 고작일뿐더러, 붐비는 것을 싫어하는 탓에 자꾸만 길도 나지 않은 엉뚱한 곳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배부르고 등따신게 최고라는 생각이 뼛속 깊이 스며있지만, 나만이 갈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최선이기에 조금 불편스럽더라도 나만의 길을 찾는다. 가는 동안 큰 길목에 있는 근사한 식당의 요리를 맛 볼 순 없겠지만, 향기로운 자연산 풀뿌리를 질겅질겅 씹으며 걸을 수 있는 특권이 있다. 정신재해로 말라죽는 미래가 예정된 길보다, 자연재해로 죽을 위험이 있다하여도 고집 부려 나의 길을 가고 싶다. 주위에서 속을 채워 나갈 때면, 내가 붕어빵인지 공갈빵인지도 모르고 속을 빨리 알차게 채워야겠다는 강박관념도 있었으나, 급한김에 보편적인 재료라고 남들 따라 아무것이나 채우면 맛을 버린다는 것을 느낀다. 그것이야말로 남에게 내 운명을 맡기는 모험이며, 운좋게 속이 들어 맞아 단팥빵이될수도 있지만 단팥순대따위가 된다면 후회스럽지 않겠는가?

내 길을 가면! 그 길에서 가장 맛깔스러워지는 속 재료, 나에게 채워져야만 하는 속 재료를 만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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