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밤잠을 설치다 보면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맛 좋은 냉면집은 여름 내내 길이 길게 늘어서는데, 을밀대도 그런 냉면 맛집 중에 하나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날 냉면을 먹으러 땡볕에서 서있다가는 육수를 토하며 열사병으로 쓰러질지도 모를 노릇.
그래서 손님이 없는 야음을 틈타 마포구 염리동의 을밀대를 찾았다.
을밀대는 평양냉면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널리 알려진 맛집으로 평양냉면 하면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냉면집이다.
나는 평양냉면을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고, 평양냉면에 열광하는 힙스터도 아니지만 맛있는 음식은 좋아한다.
기대감에 찾은 을밀대.
을밀대는 과연 입소문이 날 만큼 맛있는 냉면집이었다.
"양 많이 주세요!"
하면 사리 값 추가 없이 사리를 듬뿍 넣어 주는 푸짐한 인심까지!
마음에 드는 냉면 집이다.
육수는 잡내가 없이 깔끔하며, 시원하다.
또 냉면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밤이면 찾아가서 한 그릇 들이켜고 와야겠다.
타임스퀘어에 꽤 자주 오가는 편이지만, 모모 카페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선 뷔페인데 번잡하지 않아 마음에 든다.
모모 카페는 음식이 다양하진 않으나 먹을 만한 것만 정갈하게 모아둔 느낌이다.
양고기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서 아쉬웠지만, 다른 음식들은 괜찮다.
디저트 중에서는 브라우니가 괜찮았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모모 카페.
번잡하지 않은 뷔페를 원한다면 이만큼 조용하고 쾌적한 뷔페를 찾기 어렵다.
음식도 나쁘지 않다.
앞으로도 종종 찾아야겠다.
지금 쳐다보지 마.
새.
호위선.
눈 깜짝할 사이.
낯선 당신, 다시 입 맞춰 줘요.
푸른 렌즈.
성모상.
경솔한 말.
몬테베리타.
이렇게 아홉 편의 짧은 이야기가 담긴 데프니 듀 모리에 단편선을 읽었다.
장면과 심리묘사가 참 좋다.
일상속에 스며든 이야기로 누구든 그녀 소설 속 주인공이 될법하다.
밤에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다가 보면 이런 생각이 한번은 떠올려 봤을 것이다.
'어쩌면? 이 골목엔….'
데프니 듀 모리에는 바로 그 부분에서 이야기를 확장하기 때문에 빠져들어 읽게 된다.
섬뜩한 일이 일어나도 지나치게 호들갑 떨지 않고, 침착하게 해결해 보려는 등장 인물들이 인상적이다.
몬테베리타는 단편이라고 하기엔 긴 분량의 소설인데 다른 여덟 편의 소설과 분위기가 좀 다르다.
이상에 다다른 사람.
이상을 동경하는 사람.
이상을 좇는 사람을 따르는 사람.
욕망과 집착.
내려놓음.
내용이 지루하다고 느끼고 책장이 더디게 넘어갈 즈음 두건을 벗는 애나.
그 장면 하나로 이 소설은 깊은 인상을 주었다.
우리가 이상을 좇을 때 밝은 부분만 바라보게 되는데, 빛이 비추는 곳엔 그림자가 지기 마련이라는 것을 이 소설이 다시 일깨워 주었다.
마카오에 도착해서 먹는 첫 끼니다.
시장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육포를 몇 개 집어먹었지만,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싶었다.
이리저리 골목을 거닐어도 마음에 드는 식당은 보이지 않는다.
멀리서 온 어리숙한 사람이 가진 돈을 게눈 감추듯 집어 삼키고 싶어 하듯 불신을 심어주는 번드르르한 식당들만 자꾸 눈에 띄었다.
그러다 어떤 식당 앞에 다다랐다.
플라스틱 편의점 테이블 두어 개 남짓한 허름한 식당.
앉을 자리는 동네 사람들이 이미 차지했고 나는 그저 고소한 냄새를 코에 집어넣는 것으로 만족했다.
다시 동네를 한 바퀴 돌았지만 마땅한 곳은 보이지 않았고, 고소한 냄새가 그리워서 다시 그 허름한 식당을 찾았다.
자리는 역시 없다.
포기하고 다른 집에서 먹기로 한다.
더 걷기도 지쳤으니까.
'어디 보자. 바로 옆 현란한 노란 벽에 식당이라 쓰여 있는 것 같은데?'
A Petisqueira. 아 페치스케이라? 발음하기 어려운 꿩 대신 닭이다.
"예약을 하셨습니까?"
꽤 알려진 식당인가 보다. 모든 자리가 다 예약되었다니.
"한 시간 안에 식사를 마치고 나가시겠다면, 저기 구석 자리에 앉으시겠어요?"
A Petisqueira!
자리를 안내받았지만 다양한 메뉴 중에 무얼 먹을지 고민이다.
"무엇이 제일 맛있나요?"
만약 직원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면, 친절한 미소와 함께 다 맛있다는 답을 듣고는 저녁 메뉴 결정 장애 증후군을 앓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질문을 했다.
"제가 여기 처음인데, 특별히 추천해 주실 요리가 있으신가요?"
"여기 이 조개 요리는 꼭 드셔보세요! (우리 식당 자랑이죠!)"
전에 포르투갈 코임브라에서 먹었던 조개 요리가 생각났다.
아주 짰지만, 중독성 있던 조개 요리.
여기도 그 비슷한 조개 요리가 나오리라.
그 비법은 아마도 조개 반 고수 반을 잘 섞어서 소금 독에 묻었다가 꺼내 올리브 기름과 물을 붓고 끓이는 것일 테지.
아주 팔팔 끓여서 누가 소금이고 누가 조개인지 자아를 잃을 때까지.
또 무얼 먹을까? 메뉴판을 훑던 눈동자가 한 곳에 멎었다.
스테이크도 팔고 이것저것 많이 팔았지만, 사실 다른 메뉴는 고민할 것이 없었다.
포르투갈에서 먹었던 음식 중 최고는 대구. 바깔라우였으니까.
기분을 내려고 녹색 와인(Vinho Verde)도 한 병 주문했다.
A Petisqueira
대구는 포르투갈에서 먹은 감동을 주지 못했으나 썩 괜찮았고, 조개는 참 맛있었다.
짭조름한 게 간이 너무 센가 싶지만 중독되는 맛이다.
와인은. 그냥 마시지 말았으면 좋았을 뻔했다.
참 별로다.
기억해두리라 까사 가르시아.
A Petisqueira.
기대 없이 들어가서 상당히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가격도 맛도 만족스럽다.
직원까지 친절하니 삼박자를 고루 갖춘 맛집이다.
아 페치스케이라 포르투칼 음식점(A Petisqueira Portuguese Restaurant, Taipa, Macau) 위치
베네치안 마카오 리조트는 마카오 국제공항이 위치한 남섬의 코타이 지역 호텔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건너온 샌즈(Sands)라는 회사에서 지은 호텔로 화려하게 잘 꾸며놓았다.
공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베네치안 리조트에 도착하자마자 직원들이 짐칸 어딘가에 깊숙이 박혀있던 가방을 금방 내려줘서 기분이 좋았다.
'서비스가 참 좋은데?'
그러나 좋은 기분은 얼마 가지 않았다.
시스템이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버스는 짐만 내리고 아무런 안내도 없이 떠나버렸고, 체크인하려고 프런트 데스크 위치를 찾기 위해서는 몇몇 직원에게 물어야 했다.
투숙객을 대응할 데스크 직원이 부족해서 한참을 기다려서야 객실 키를 건네 받았다.
드디어 삼십 분 만에 짐을 푸는가 싶었는데, 객실 카드키가 고장이다.
엘리베이터 앞에 놓인 전화기로 상황을 설명했다.
"저희 직원을 바로 보내겠습니다. 방 앞에 계세요."
어두운 복도의 잠긴 문 앞에서 15분을 기다렸다.
다시 엘리베이터로 가서 전화를 걸었다.
"조금 전에 직원을 보냈습니다. 곧 도착할 거에요. 죄송합니다."
굳게 닫힌 방 문 앞에서 기다리던 중 마침 하우스키핑 직원이 지나가기에 상황을 설명했다.
하우스키퍼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가지고 있는 만능 열쇠로 객실 문을 열어주었다.
드디어.
호텔에 도착한 지 거의 한 시간이 다 되어서 객실에 발을 디뎠다.
방은 무척 훌륭하다.
아주 넓고 거실까지 갖추어져 있다.
대리석으로 치장한 욕실도 아주 깨끗하다.
짐을 풀고 푹신한 소파에 앉았다.
일단 좀 씻고 싶었지만, 푹신한 소파에 앉아 뭔가 잊은듯한 것을 생각해 내려 애썼다.
직원.
직원을 잊었다.
'도대체 직원이 언제 도착하는 거지?'
친절한 하우스키퍼는 말했었다.
"고장난 카드 키를 교환해주기로 직원이 곧 도착한다 하였으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래서 난 씻지도 못하고 그 직원을 기다렸다.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라고 했나?
그러나 나에겐 멈추면 죽고 움직이면 산다는 이야기가 불현듯 떠올랐다.
소파 밑에 넣어둔 샷건을 막 꺼내려던 찰나에….
똑똑똑.
'카드키 바꿔드리러 왔습니다.'
망상은 끝났다.
카드키를 받고 밖에 나가 주변을 좀 둘러보고 저녁도 먹고 돌아왔더니 어둠이 깔렸다.
베네치안 리조트는 야경이 좋다.
건물 내부도 잘 꾸며놓았지만 바깥에도 볼거리가 많다.
바로 옆에 새로 지은 파리지앵 호텔에는 에펠탑까지 세워놨으니 말이다.
베네치안 마카오 리조트에서 특히 볼만했던 건 레이저 쇼였다.
건물 외벽에 레이저를 쏘는데, 벽과 창문 등 모양에 맞게 제작된 콘텐츠라 흥미로웠다.
베네치안 마카오 리조트.
화려하게 잘 꾸며놓은 호텔이다.
낮보다는 밤에 볼거리가 풍성하다.
숙박시설로서 객실은 참 훌륭했지만 시스템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