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궤메스에서 산탄데르. (Camino del Norte - Güemes to Santander)
도보여행의 마지막 날.
바닥에 물기는 남아있지만,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는다.
걸어야 할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발걸음이 가볍다.
다 쓰러져가는 집을 판다는 광고를 보고는 이런 작은 마을에서 삶은 어떨지 상상해 본다.
푸른 하늘과 풀 내음이 집안 가득 흘러들겠지.
집에서 오십 걸음만 걸어도 파도 소리가 들려오고,
거리 여기저기서 햇볕을 쐬는 동물들과는 가벼운 눈인사를 나누며 지나겠지.
때론 낚싯대 들고 갈매기 나는 바닷가로 나가 적당한 바위에 서서는 물길 따라 흔들리는 찌를 바라보며 멍하니 한나절을 보내겠지.
아침은 간단하게 빵과 약간의 과일로 해결하고, 일하러 나가야지.
일?
이런 곳에서 내가 무얼 할 수 있나?!
현실에 벽에 부딪힌 생각의 파도가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린다.
마지막 길에서 마주한 바다는 거칠었고, 깎아지른 절벽과 함께 나를 압도했다.
위대한 자연을 피부로 실감했다.
대자연 앞에서 인간이란 참 작고 약한 존재인데,
왜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더 커 보이려고 하는가?
어쩌면 그것은 작은 자들의 본능적일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그토록 멀어 보였던 목적지가,
며칠 만에 코앞으로 다가왔다.
작은 배에 몸을 실으며 지나온 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다.
그동안 험하다 욕지거리를 내뱉은 적도 있지만,
덕분에 이렇게 다 왔노라고.
산탄데르.
오랜만에 커다란 도시를 마주하니 어리둥절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푸짐한 해산물 모둠으로 배를 채우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번 도보 여행은 여기까지다.
by 月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