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앞 버스 정류장에 짐을 풀고 빌바오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구겐하임 미술관에 가기 위해서다.
미술에 대해 아는 바가 없지만, 미술관을 다니다 보면 느낌 충만한 작품을 만날 때가 간혹 있다.
그럴 때 나는 감탄인지 충격인지 모를 감정에 사로잡혀, 아직 연결하지 못하고 남아있던 뉴런과 뉴런 사이에 시냅스를 한 가닥 이어준다.
이날 구겐하임 미술관에서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장미셸 바스키아 작품이 여러 점 전시 중이었다.
그다지 인상적인 작품은 없었는지, 지금 희미하게 기억나는 건 캔버스에 그려진 왕관 모양과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던 마틴 루터킹의 'I have a dream' 연설뿐이다.
구겐하임을 다녀오고 한참 뒤에 재미있는 영상을 하나 봤는데, 그때 장미셸 바스키아가 다시 떠올랐다.
Start With Why - Simon Sinek
나는 꿈이 있는데 그도 꿈이 있었을까?
그는 꿈을 몇 번이나 이뤘을까?
꿈이나 꾸고 살까, 꿈만 같은 삶을 살까?
원래 TV를 즐겨보던 편도 아니거니와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라 아무런 TV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다.
그래서 HDMI 단자를 가진 한때 최신형 LCD TV는 아무런 활약을 하지 못하고 먼지 컬렉터가 되어가고 있었다.
크롬캐스트라도 하나 사서 달아볼까 하다가 아마존 파이어 티브이 스틱이라는게 나왔다길래 시험 삼아 한 번 사봤다.
처음 친해지기까지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지금은 꽤 잘 쓰고 있다.
내가 아마존 파이어 티브이 스틱에게 바랬던 건 오래된 TV를 '리모컨으로 조작하고 다양한 컨텐츠를 보여주는 안드로이드 기기'로 만들어 주는 거다.
태평양을 건너 먼길을 온 파이어티비 스틱을 TV에 꽂기만 하면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 기대했고 실제로 그런 듯 보였다.
그러나 아마존 앱 스토어엔 마땅한 앱이 안 보였고, 게임을 몇 개 깔아서 잠깐 즐겼을 뿐이다.
그러나 겨우 이걸 하려고 파이어 티브이 스틱을 산 건 아니다.
물론 길 건너 친구들(Crossy road)은 재미있었지만, 캐릭터를 다 모을 때쯤 되니 재미가 시들었다.
뭔가 다른 콘텐츠가 필요했다.
그래서 유튜브를 깔았다.
유튜브는 아마존 앱 스토어에도 있고 이 앱만 설치하면 거의 모든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데 어려움이 없다.
그래도 뭔가 아쉽다.
가끔은 영화도 보고 한국 방송도 보며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다양한 앱을 설치하는 것과 그 앱 목록을 보기 쉽게 보여주고 실행을 도와주는 런처를 설치하는 것이다.
우선 아마존 파이어 티브이 스틱을 설치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아마존 파이어 티브이 스틱 설치하기
HDMI 단자에 아마존 파이어 티브이 스틱을 꼽는다.
전원을 연결한다.
무선 인터넷 설정을 해준다.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한다. (최신 업데이트에서는 런처를 사용 못하도록 막았다. 이건 아래에 다시 설명하겠다.)
오랜만에 장거리 주행을 앞두고 자전거를 정비했다.
체인과 뒷드레일러, 허브, 크랭크에 뭍은 먼지를 칫솔로 털고 디그리셔로 씻고 기름도 발라줬다.
자전거 브레이크 정비는 해야지 해야지 마음만 먹고 자꾸 뒤로 미루었는데,
장거리 주행을 앞두고 더는 미룰 수가 없어서 디스크 브레이크 패드를 교체해 보았다.
디스크 브레이크는 V 브레이크보다 복잡하게 생겨서 패드교체가 어렵진 않을까 괜히 겁부터 집어먹었었다.
그래서 브레이크 선을 조절하여 당기는 힘에 변화를 주는 식으로 정비를 해왔는데,
이제는 선 길이 조절만으로는 브레이크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다.
그래서 디스크 브레이크 패드를 교체하기로 마음먹고 패드를 주문했다.
우선 자전거에 장착된 브레이크에 맞는 패드를 사는 게 중요하다.
내 자전거는 sm-rt56 S로터에 BR-M375라는 기계식 디스크 브레이크가 장착되어 있다.
이 모델에 맞는 패드는 BR-T615 레진 패드(B01S)이다.
브레이크의 모델명은 브레이크에 쓰여 있으니 잘 살펴보고 그에 맞는 패드를 사면 된다.
그럼 본격적으로 브레이크 패드를 바꿔보자.
필요한 공구 - 디스크 브레이크 패드 교체
육각렌치
펜치
교체 순서 - 디스크 브레이크 패드 교체
우선 브레이크를 자전거에서 분리한다. 바퀴를 뺄 필요는 없다. 육각렌치를 이용해서 브레이크를 분리해준다.
분리된 브레이크에서 패드를 고정한 핀을 제거해준다.
핀은 펜치를 이용해서 굽혀진 부분을 펴고 툭툭 쳐서 밀어 넣은 다음 펜치로 잡아 빼면 쉽게 빠진다.
마모된 정도를 확인하고 패드를 교체해 넣고 핀을 꼽아 디스크 브레이크 패드를 고정해준다.
핀이 주행 중에 빠지지 않도록 핀 끝을 구부려서 단단히 고정해 준다.
브레이크를 자전거에 연결한다.
브레이크 선을 조절하고 브레이크가 편안하게 잡히는지 확인한다.
원래 앞브레이크 패드만 바꿀 생각이었는데, 패드 한쪽만 심하게 닳은 걸 발견했다.
브레이크 레버를 잡을 때 한쪽 패드가 밀려서 로터를 잡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마모된 듯 하다.
그래서 덜 마모된 패드를 재활용해서 뒤쪽 브레이크 패드도 바꿔주었다.
브레이크가 잘 잡히니 자전거를 새로 산 기분이다.
디스크 브레이크를 아무리 조절해도 내리막에서 브레이크가 잘 안 잡힌다면 패드를 교체하는 게 좋다.
오늘은 제20대 국회의원선거가 있는 날이다.
얼마 전 집으로 날라온 선거공보물을 읽으며 아쉬움을 느꼈다.
공약(What)은 있되 이행방식(How)이나 공약을 내건 이유(Why)가 부족했다.
심지어 지역구 의원을 뽑는 건데 지역구에 대한 공약은 '열심히 하겠습니다!' 수준인 후보도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외주에 입찰할 때 이따위로 적어 냈다간 블랙리스트에 올라가겠다.'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내가 할 수 없는 상황일 때 외주를 준다.
그런 면에서 선거는 외주와 닮아있다.
며칠이면 끝날 짧은 외주라도 일을 할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해왔고
실력은 어느 정도 되며 일을 잘 해내겠는가를 판단해서 일을 맡긴다.
물론 주위에서 일을 맡겨봤던 사람들에게 어땠는지 묻는 레퍼런스 체크도 잊지 않는다.
만약 6개월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보통 꼼꼼히 살피는 게 아니다.
그런데 국회의원은 무려 4년이다.
그리고 국회의원 1인당 연간 약 7억 원 예산이 소요된다.
즉 4년간 28억짜리 프로젝트를 수행할 사람을 뽑는 거다.
그 예산은 우리가 내는 세금에서 나온다.
먹고살기 힘든 스타트업에서 1억 원짜리 정부과제를 수행하려고 얼마나 치열하게 준비하는지 아는가?
그런데 자그마치 28억 원이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28억 원이 아주 큰 돈이다.
이 예산을 들여서 제대로 일할 사람을 뽑는 게 투표다.
당선된 사람은 지역을 위해 예산을 운용해서 동네를 더 살기 좋게 만든다.
우리가 뽑을 사람이 도덕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그동안 일을 제대로 해왔는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
국회의원선거에 투표하는 것은 적어도 28억짜리 프로젝트를 진행할 외주 업체를 선정하는 것과 같다.
가보고 싶었던 곳도 아니고 전혀 알지도 못했지만 막상 와보면 괜찮은 곳.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장소를 종종 만나게 된다.
코임브라도 그런 곳 중에 하나다.
단지 포르투갈에서 스페인 북부로 떠나는 밤 기차를 타기 위해 들렀을 뿐이지만 상당히 좋은 기억을 남긴 곳이다.
우선 여행자센터에서는 무거운 캐리어를 저녁 6시까지 맡아준 덕에 두 손 가벼이 동네를 둘러봤다.
처음으로 들른 곳은 박물관(Museu Nacional Machado De Castro)이다.
포로 로마노(Roman forum)자리에 지은 궁 건물로 볼거리가 참 많은 박물관이다.
우선 지하의 포로 로마노를 둘러본다. 지금은 텅 빈 이 공간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
지상에는 회화부터 조각, 보석까지 다양한 예술품이 자리 잡았다.
여기서 가장 기억에 남은 건 천사가 악마를 짓밟고 있는 그림이다.
천사의 몸에선 빛이 나고, 하얗고 머릿결도 좋고 아름답다.
악마는 천사의 발에 밟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으며, 털북숭이에 헐벗었고 어둡고 추하다.
어릴 적부터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잣대에 지속해서 노출되어왔다.
그래서인지 악이라고 하면 일단 얼굴이 찌푸려지고 불쾌한 기분이 든다.
그런데 그 악이라는 게 처음부터 악으로 분류될 만한 것이었을까?
누군가가 악당이 되기까지 돌아볼 만큼 여유가 없는 사회.
타인에게 무관심한 사회가 괴물을 키워내는 것은 아닐까?
SF 고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에서 SEP(Somebody Else's Problem)가 가장 무섭다고 했던게 기억난다.
현대 사회는 '나'와 '타인'의 경계가 지나치게 두껍다.
좀 더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박물관에서 나와 골목 이리저리로 발걸음을 옮긴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장식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몇 걸음 더 걸으니 기분이 좋아지는 메뉴판이 보인다.
'합리적인 가격에 한잔 하세요!'
술집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앉아서 담소를 나누신다.
나는 자리에 앉지도 않고 단숨에 제로피가 한 잔을 들이키고 다시 나와 걸었다.
마침 장이 서는 날인지 길거리 상인들이 분주하다.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자리를 잡고 앉았더니, 저 멀리서 흥겨운 음악 소리가 들린다.
근처 벤치에 앉아 가볍게 술을 한잔 더 하며 지나다니는 강아지, 고양이 그리고 사람들을 바라보는 동안 어느덧 해질녁이 되었다.
저녁은 몬데구 강이 내려다보이는 술집에서 빵과 고기, 조개 수프를 안주로 삼아 칵테일을 한잔 마셨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나서 또 밤 골목을 이리저리 쏘다닌다.
술기운이 떨어질 즈음 와인을 한잔하고 밤 기차를 타러 갔다.
기차표를 늦게 끊어서 침대칸이 아닌 의자 칸을 예약했다.
지루하고 몸이 찌뿌둥해서 어떻게 먼 길을 갈까 걱정했었는데, 온종일 술을 마셨더니 기차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 동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코임브라.
교육의 도시로 알려진 이곳.
골목마다 보이는 술집에 발걸음을 쉬이 옮기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