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에서 만난 틱낫한 스님. 마음챙김 수련회.

수행홀-'Mindfulness retreat with Thich Nhat Hanh'

작년 겨울. 아일랜드엔 명상원이 없나 찾다가 틱낫한 스님의 방문 소식을 접했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란 지론을 가진 터라 고민이 되었죠.
‘분명 사람이 많이 몰릴 테고 가서, 사람 구경만 하다 오는 건 아닐까?’
하긴 수행이야 홀로 하는 건데 누굴 만나서 어떤 얘길 듣던 뭐 그리 큰 도움이 되겠습니까.
어떤 맛있는 음식도 소화할 준비가 된 사람이나 씹어 삼키는 거지요.
제가 앞으로 나갈 준비가 되었다면 결국은 나갈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누가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도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어떤 기연을 얻겠다기 보단 편안한 마음으로 참가하기로 했어요.
가는 김에 경치 좋다는 킬라니 구경도 좀 할 요량으로 말이죠.
유럽에선 불교 설법을 어떤 식으로 하나 궁금하기도 했어요.
결론은 아주 만족스러운 명상 수련회였습니다.
우선 최근에 단식을 마치고선 채식 위주의 식사에 관심이 많은데,
명상 수련회에서 나오는 채식(Vegan)음식을 보며 고른 영양의 채식 식단을 짜는 데 큰 도움을 받았어요.
그리고 도 닦는데 관심이 많은 800명의 유럽인과 담소를 나누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알아차림-'Mindfulness retreat with Thich Nhat Hanh'

전에 한국에서 수련원을 갔을 땐 ‘수행’의 성격이 강했는데,
이번에 다녀온 아일랜드의 수련회는 ‘휴식’의 성향이랄까요?
우 레와타 반떼께 수행을 배울 때, 노력을 ‘너무’ 하지 말고 즐기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여태껏 어느 정도의 정진이 가장 즐거운가의 갈피를 못 잡았어요.
틱낫한 스님의 명상 수련회 덕에 그 즐거움을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참 고마운 기회였어요.
틱낫한 스님이 하신 법문에 크게 감격을 하기도 했습니다.
내용은 이미 알던 것이에요.
불교의 가르침에 흥미를 느낀 뒤로 여기저기서 주워들었던 것들이죠.
제가 스님을 존경하는 부분은 그것을 어떻게 설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쉽게 진리에 다가가도록 풀어서 설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구를 하였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불교에 관심이 전혀 없던 사람이나 어린아이도 쉽게 알아듣도록 다양한 비유를 들어 하시는 설명을 듣고 크게 감동했습니다.
서구권 사람들이 종교적인 위화감을 전혀 느끼지 않도록 부드럽게 다가가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행선-'Mindfulness retreat with Thich Nhat Hanh'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

종소리 명상 (Bells of Mindfulness)
어떤 순간이든 종이 울리면 하던 것을 멈추고 호흡에 집중합니다.
마음 챙김의 보조 수단으로서 종소리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절 명상 (Touching the Earth)
절하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서구인들을 위한 절 명상 방법입니다.
틱낫한 스님의 재치가 엿보이는 명상 법이에요.
‘땅에 고마움을 담아 땅을 만지세요.’
하면 절을 합니다.
땅을 만지면서 우리의 조상이 이곳에 잠들었고
우리도 역시 잠들 존재이며,
후손 또한 이 땅에서 태어날 것을 알아차립니다.

포살 (Beginning Anew)
대화를 할 땐 상대방의 말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가만히 듣습니다.

  1. 꽃에 물 주기 (Flower watering)
    우리가 느낀 행복을 다른 이들과 나눕니다.
    남들이 가진 좋은 씨앗에 물을 준다고 표현하네요.
  2. 후회의 공유(Sharing regrets)
    우리의 서투름으로 인해 일어난 행위를 공유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사과를 합니다.
  3. 고통의 표현(Expressing a hurt)
    다른 이의 어떤 행위로 고통을 받았다면 툭 터 놓고 이야기합니다.
    상대방은 고통을 주려고 한 것이 아닌데 그것이 뜻하지 않게 자신에게 고통이 되기도 하기에,
    서로 오해를 푸는 자리입니다.
  4. 어려운 문제의 공유와 지원 요청(Sharing a long-term difficulty and asking for support)
    어려운 문제를 공유하여 상황이 나아지도록 방향을 잡고 서로 도움을 줍니다.

다섯 계율 (Five Mindfulness Trainings)
불교 전통의 다섯 계율에 깨달음의 길인 팔정도를 녹여 놓았습니다.
이 가르침은 틱낫한 스님이 항상 강조하는 가르침이라고 하네요.
계율을 의미하는 Precept가 아닌 Training으로 명칭을 정한 것이 참 마음에 듭니다.
그 명칭이 전통적인 계율보다 자율적인 느낌을 받고 능동적인 행동을 떠오르게 하거든요.

  1. 산목숨을 해치지 마라. <바른 생각, 바른 견해>(Reverence for Life)
  2. 주지 않은 것을 가지려 하지 마라.<바른 생계, 바른 행동>(True Happiness)
  3. 삿된 음행을 하지 마라. (True Love)
  4. 거짓말을 하지 마라.<바른말>(Loving Speech and Deep Listening)
  5.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술이나 약물 따위에 취하지 마라. (Nourishment and Hea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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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먹어본 태국 음식 중 최고! 킬라니 태국 음식점 겐팅 타이.

킬라니는 아일랜드에서 유명한 관광지로, 시내에 식당이 많습니다.
물론 관광객 위주로 상대하는 식당도 많지만, 동네 사람들이 자주 찾는 식당이 있기 마련이죠.
겐팅 타이는 지역 토박이들도 많이 찾는 음식점 같아요.
제가 밥을 먹는 동안 여러 팀이 테이크 아웃을 해 갔거든요.
이 태국 요리점이 지금까지 먹어본 태국 음식 중 가장 맛좋은 곳이 된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이날 아침 먹고선 열두 시간 동안 에너지 소모가 엄청났습니다.
배가 고플 만 하죠?
시장이 반찬이잖아요.
어지간한 음식은 다 맛이 좋았을 겁니다.^^;
태국을 여행할 땐 간단한 음식으로 금방 배를 채우고 식당을 나섰기에 음식 맛을 음미하지 못했던 기억이에요.
그래서 노곤한 몸을 편안한 의자에 기대어 두 시간 동안 밥을 먹는 분위기도 맛에 한몫했을 겁니다.
한국에선 태국 음식을 먹으러 오리엔탈스푼 같은 곳에 가끔 갔어요.
맛이 깔끔하고 괜찮지만 ‘아! 맛있다!’ 소리가 나오진 않던 기억입니다.
뭐 이런저런 상황의 영향을 받았지만, 아무튼 겐팅 타이가 지금껏 가본 태국 식당 중 최고 맛집입니다.

sub-'Genting Thai Killarney'

우선 땅콩소스를 찍어 먹는 소고기꼬치와 오리 스프링 롤을 들여보내 식사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채소 커리 -'Genting Thai Killarney'

주 요리로 친구는 채소 커리를 시켰고, 저는 매운맛 새우 커리를 주문했습니다.
완전 밥 도둑이에요!

매운맛 새우 커리-'Genting Thai Killarney'

둘이서 달걀 볶음밥 한솥을 시켜서 말끔히 해치웠어요.
다 먹고선 배가 부른데도 빈 그릇을 보며 아쉬워했네요.^^;

디저트는 평범합니다.
케이크를 이곳 요리사가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고 외주 업체에서 받아 온다고 하더라고요.
티라미슈를 먹다가 동네 빵집이 생각났습니다.
‘아. 정말 우리 동네 프렌치빌만큼 맛좋은 케이크 파는 곳을 못 봤어!’
집에 가면 동네 빵집부터 들러 케이크 한판 사 먹어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Banana Split-'Genting Thai Killarney'

남의 떡이 커 보이는지 친구가 시킨 아이스크림이 더 맛나 보이더군요.

아무튼, 맛 좋은 음식을 배불리 먹고 만족스러운 걸음으로 식당을 나섰습니다.
킬라니에서 마땅한 식당이 안 보인다면, 여기 한번 가보세요.
여행 정보 센터(Tourism office) 건너편, 자전거 대여점(O'Sullivan's bike shop) 옆 상가 골목 이 층입니다.

겐팅 타이 (Genting Thai)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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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에서 가장 높은 산, 카론투힐. 대 자연의 위용을 마주하다.

처음에 산의 고도를 듣곤 코웃음을 쳤습니다.
‘1,038m? 한국의 산들에 비하면 뒷동산이지.’
그런데 생각해보니 저는 산악인이 아니군요.
높은 산을 찾아다니며 등정하는 취미가 없습니다.
가장 최근에 오른 높은 산이라고 해봤자, 카론투힐의 절반 정도 높이인 강화 마니산이네요.
그때도 꽤 숨이 찼던 기억입니다.
등산 전날은 날씨가 아주 화창했어요.
“아. 내일도 이런 날씨라면~”
저의 소망이 구름을 잔뜩 몰고 왔나 봅니다.
잿빛 하늘이었거든요.
뭐 그래도 오랜만에 등산이라 들떴지요.

자전거-'Carrauntoohil Killarney'

아침 일찍 자전거를 빌려 타고 한 시간을 달리니 입구가 보이는군요.
발걸음도 가벼웁게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멋진 호수를 지나치자 본격적인 경사가 시작되네요.
너무 갑작스레 경사각이 변했습니다.
25도 정도의 완만한 언덕길에서 70도의 암벽등반 코스로 말이죠.
대자연의 풍모가 느껴져요.

등산로-'Carrauntoohil Killarney'

구름 속은 바람이 많이 붑니다.
중심을 잘못 잡으면 절벽 아래로 떨어지겠더군요.
인간의 삶은 바람 앞의 등불 처지라는 걸 피부로 느꼈어요.
암벽등반을 마치고 나니, 완만한 구릉 지대가 나옵니다.
주변을 둘러봐도 온통 안개뿐.
이곳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정상에 오르는 건 포기입니다.
올라가도 산 아래가 하나도 안보일 터니 굳이 목숨 걸고 오를 필요 없다고 느꼈거든요.
생명은 소중하잖아요? :D

호수-'Carrauntoohil Killarney'

조심조심 절벽을 걸어 내려왔습니다.
발을 잘못 디디면 끝장이니 정신이 바짝 드는군요!
막대기를 하나 들고 왔다면 절벽을 좀 더 안정적으로 오르내리는 데 도움이 되었을듯해요.
일단 내려오니까 살겠습니다.
좀 높이가 있는 산은 날씨 봐서 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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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이 담긴 대승경전. 실상묘법연화경(實相妙法蓮華經).

법화경은 널리 알려진 대승경전의 하나로, 다양한 비유가 특히 재미있는 경전입니다.
이 경전을 읽으며, 어떻게 이 경전이 유명세를 떨치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어요.
법화경은 너무나 중생적인 경전입니다.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믿어라.’
‘널리 퍼뜨려라.’
이 세 가지를 주로 설하거든요.
대승불교가 출현한 시점엔, 기존 불교 승단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개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거에요.
불교에 등을 돌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파격적인 가르침이 필요했을 겁니다.
그것이 이 법화경입니다.
이 경전을 읽다 보면 그 간절함이 절로 느껴져요.
‘우리는 모두 수행하는 보살이고, 부처님이 될 것이니 믿어주세요!’
법화경을 쓰며, 온 힘을 기울였을 한 사상가의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불교를 널리 퍼뜨린 덕분에, 불교의 가르침을 오늘날 우리가 접하기 쉽도록 한 점은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새로운 사상을 불교에 ‘편승’시켜 대승이라 이름 지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네요.
법화경에서 굳이 불제자를 성문, 독각, 보살로 나누어 설명하는 것은,
글쓴이의 사상을 대중에게 이해시켜야 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딱히 소승이라고 부를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수행을 통해 자신을 알게 되면, 자연히 세상에 이롭도록 살게 되는데 말이에요.
‘소승. 걔들은 지들만 알아.’
자기도 모르는 이가 어떻게 남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돕겠습니까?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한 불교 사상가의 책.
법화경은 확실히 파격적이고, 흥미로운 사상을 담은 대승경전입니다.

중국 보자흑의 연꽃-'대승 경전 법화경'

법화경 속의 가르침

세 가지 고통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오는 괴로움
사물이 변하는 데서 오는 괴로움
좋아하는 것을 잃게 되는 괴로움

세 가지 탈것의 구별은 본래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중생들이 각자 다르게 행동하기 때문에 세 가지 탈것이 마련된 것이다.

모든 존재는 환상이나 꿈과 같으며 파초의 줄기처럼 심이 없으며 메아리와 같다고 아는 사람. 또 삼계에 속하는 모든 것은 환상이나 꿈과 같아서 속박된 것도 아니며 해탈한 것도 아니라고 알고 열반도 식별하지 않는 사람. 또 모든 존재는 평등하고 공이며 서로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대상화하지 않고 어떤 실체도 보지 않는 사람. 이런 사람이야 말로 위대한 지혜를 지닌 분이시며 남김없이 존재의 전체를 보는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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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숨결이 생생한 킬라니 국립공원.

호수를 끼고 넓게 펼쳐진 숲.
신선한 녹색의 기운이 콧속으로 빨려 들어옵니다.
규모가 워낙 큰 공원이라 킬라니에 터전을 잡더라도 모두 둘러보기엔 한평생이 걸릴듯해요.
날씨가 어떠냐에 따라 같은 장소도 분위기가 다를 테고,
계절이 바뀌면 갔던 곳도 새로운 옷을 입을 테니까요.
저는 가볍게 산책하기 좋을 정도의 거리만 둘러봤습니다.

Mukross House-'National Park Killarney'

우선 공원에 들어와 한 시간 좀 넘게 걸으면 머크로스 하우스(Mukross House)가 보입니다.
앞에 널따란 잔디 광장이 있어서 잠시 앉아 쉬어가기 좋은 곳이죠.

숲-'National Park Killarney'

그리곤 커다란 나무가 모여 사는 길을 따라 쭉 걸어요.

Torc Waterfall-'National Park Killarney'

그럼 토크 폭포(Torc Waterfall)가 나옵니다.
물이 참 시원해 보여서 발을 담갔더니,
시원한 정도를 넘어섰습니다.
맨발로 눈 밟은 것보다 세 배 정도 발이 시렸어요.
물놀이는 햇빛 쨍한 한여름이 아니면 힘들 듯합니다.
폭포에서 나와 돌아가는 길은 왠지 맨발로 걸어보고 싶더군요.
맨발로 두 시간쯤 걸으니 신발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항상 신발로 싸매고 다녀서 그런지 피부가 약해요.
돌멩이라도 하나 밟으면 악 소리가 절로 나오죠.
걸음은 더뎌졌고, 덕분에 마실 나왔던 사슴 가족과 눈인사를 나눴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드니 깜짝 놀라 멀리 떠나더군요.
저 멀리서 나란히 서서 가만히 절 바라보는 사슴 가족의 호기심 어린 눈빛이 다시금 떠오릅니다.

Ross Castle-'National Park Killarney'

다음 날 아침엔 위쪽의 다른 입구를 통해 로스 성(Ross Castle)을 다녀왔습니다.
시내에서 코앞이라 동네 사람들 아침 산책 코스로 딱 맞겠어요.
다음에 킬라니 국립공원을 다시 찾는다면 다른 길도 거닐어보고 싶네요.: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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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시기를 담은 영화. 아티스트.

말 없는 조용한 영화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나는 시대로 넘어가는 때를 배경입니다.
무성영화에서 톱스타였던 배우는 몰락의 길을 걸어요.
성 같은 집에 살다가 조그마한 집으로 이사하고,
가지고 있던 사치품을 죄다 내다 팔죠.
고용했던 기사에게 줄 월급이 없어 해고하고,
심지어 입던 옷과 구두도 중고 양복점에 헐값으로 넘깁니다.
매일매일을 술로 보냅니다.
한숨과 좌절을 안주 삼아서 말이에요.
그러다가 삶에 회의를 느끼고 자살을 하려고 까지 합니다.
여러분은 이런 상황이 닥치면 어떤 기분일 것 같나요?
무엇을 잃는다는 건 분명 고통입니다.
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으니 두 가지 선택이 남을 뿐입니다.
계속 괴로워하든지, 벗어나든지.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술독에 빠져도 봤지만 하나 도움될 게 없더라고요. :D
비록 주인공이 슬픔에 너무 푹 잠겨있던 게 아쉬웠지만,
장면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흥겨운 음악이 나올 땐 저도 같이 춤을 추고 싶더라고요.
제가 태어났을 땐 이미 유성영화 시대여서 이런 말 없는 영화를 못 봤어요.
고전 영화를 일부러 찾아볼 만큼 영화광도 아니거든요.
말이 안 나오니 표정이나 동작에 더 집중해서 봤습니다.
색다른 재미가 있네요.
아티스트.
신선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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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단편. 만필, 토마토 같은 사람 - 2011년 한국

비슷한 점이 많을수록 쉽게 공감대가 형성된다.
취미가 같은 사람,
취향이 같은 사람.
나는 그중에서도 식성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특히 반갑다.
“오! 저도 그걸 즐겨 먹어요!”
좋아하는 음식을 앞에 두고 나누는 대화는 더 즐거우니까.
대부분 이렇게 생각하지 않나?
잡식성인 내 주위의 사람은 잡식성이 대부분이다.
가리는 음식이 많은 사람과의 만남은 왠지 불편하므로.
보통 사람이 모이면 먹고 마시는데,
편식 인간과 함께하면 음식을 가려서 주문하게 되어 그렇다.
고등학생 시절 친구 중에 세상에 존재하는 음식 중 30% 정도만 먹을 수 있
던 심각한 편식 인간이 있었다.
“그걸 어떻게 먹어. 사람이 먹는 게 아니야.”
하지만 심한 편식을 하던 그 친구는,
잡식 무리와 어울린 지 십 년 만에 어지간한 음식은 다 먹는 잡식 인간으로
거듭났다.
초식, 육식, 잡식, 면식...
여러 식성 중에서 나는 잡식.
그중에서도 육식을 선호하는 잡식 인간이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채식을 선호하는 잡식으로 변하면서,
좋아하는 음식 군이 변하였다.
배가 고플 때.
피가 뚝뚝 흐르는 스테이크나 삼겹살 같은 육류가 생각났는데,
요즘은 버섯, 마늘, 가지 같은 채소류가 생각나는 거다.

라오스 비엥싸이-'토마토 같은 사람'

그 채소 중 우위를 차지하는 토마토.
토마토는 참 매력적이다.
고기는 빨갛고,
토마토도 빨갛다.
고기를 씹으면 육즙이 나오고,
토마토를 씹으면 과즙이 나온다.
고기는 익을수록 질겨지고,
토마토는 익을수록 부드러워진다.
익는다는 것을 사람에 빗대면 성숙해진다고 할 수 있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은 질기고 독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한다.
“그렇게 물러서 세상 어떻게 살라고 해?”
주변에 무른 사람이 있으면 이렇게 조언을 하곤 하니까.
나도 아등바등 질기게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해 왔다.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이젠 생명을 목표를 위해 ‘활용’하기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주먹 불끈 쥐고, 어깨와 목에 힘을 꽉 줄 필요가 없다.
살기 위해 긴장하고 질겨질 필요가 없으므로.
토마토처럼 부드럽게 살면 된다.
나는 토마토 같은 사람이 되리라.
빨간 토마토는 껍질을 벗겨도 빨갛듯.
겉과 속이 같은 사람.
익을수록 부드러워지는 사람.
생으로 먹어도 맛있고,
익혀 먹어도 한결 같이 맛있는 토마토처럼.
인생의 맛을 잃지 않는 사람.
따로 먹어도 좋고,
다른 음식과 곁들여도 좋은 토마토처럼.
조화로운 사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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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싸들고 소풍 가기 좋은 곳. 킬라니 호수.

호수-'Lower Lake Killarney'

킬라니 중심가에서 도보로 40분 정도 거리의 호수입니다.
Lake Hotel의 입구나 출구로 들어가면, 호텔 옆에 호수가 보여요.
킬라니에서 지내는 동안 두 번이나 갔는데요.
처음엔 지도도 없이 발길 닿는 데로 걷다 보니 도착했어요.
시내에서 거리가 가까운 편이에요.

소나무-'Lower Lake Killarney'

산으로 둘러싸인 호수가 참 아름다웠습니다.
날씨가 흐렸음에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죠.
넓게 펼쳐진 갈대숲이 한층 분위기를 살려주더라고요.
사람도 없어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며 고요함을 마음껏 누렸습니다.

소풍-'Lower Lake Killarney'

두 번째로 찾았을 땐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어요.
팔백 명이 단체로 도시락 싸 들고 소풍 갔거든요.

소풍-'Lower Lake Killarney'

날씨 또한 아주 화창해서 마치 해변에 온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모래사장 대신 푸른 잔디가 깔린 해변 상상 되시나요?^^;
참 멋진 호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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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라니 중심가에 자리 잡은 가격대비 최고의 숙소. 넵튠 호스텔.

입구-'Neptune Hostel Killarney'

깔끔하고 직원들이 친절합니다.
왠지 집처럼 아늑함이 느껴진 곳이에요.
부엌엔 식기와 조리기구가 충분히 갖추어져 있고,
밥을 먹는 테이블도 꽤 여럿 됩니다.
아침 식사는 간단히 배를 채울 토스트와 시리얼이 제공됩니다.

6인실-'Neptune Hostel Killarney'

오 일간 지내며 6인실과 8인실을 이용해 보았는데,
제는 오히려 8인실이 널찍하고 마음에 들더군요.
아쉬운 건 방안에 콘센트가 딱 하나뿐이라는 겁니다.
그게 좀 불편했지만, 나머진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특히 각종 오락시설이 갖춰진 휴게실에서 TV를 꺼놓고,
푹신한 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 차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기 참 좋았습니다.
물론 성수기엔 휴게실이 시끌벅적할 테니, 분위기가 좀 다르겠지요.^^;

벽화-'Neptune Hostel Killarney'

킬라니 넵튠 호스텔.
쾌적하고, 위치 만점! 가격 만점의 호스텔입니다.

킬라니 넵튠 호스텔 웹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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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편리한 대중교통. 고속버스 이용 방법입니다.

Bus Eireann

저는 기차 여행을 더 선호하긴 하지만,
철도가 깔리지 않은 곳은 버스를 이용해 여행합니다.
버스표는 크게 네 종류를 팔아요.
편도 승차권.
당일 왕복 승차권.
주중 왕복 승차권.
주말 포함 왕복 승차권.
거기에 가족 승차권, 어린이 승차권 등도 있습니다.
어딜 가든 다시 돌아올 예정이라면, 왕복 승차권을 끊는 것이 편도보다 확실히 저렴합니다.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타려면 자전거 표를 따로 구매해야 해요.
자전거 표는 왕복 표가 없으나,
표를 산 날은 다른 루트 버스를 타더라도 요금을 더 내지 않습니다.
기차처럼 버스표도 인터넷 예매가 가능한데요.
사이트에서 표를 예약한 후 프린트로 확인증을 출력해서, 버스 기사님께 보여 드려야 해요.
집에 프린터가 없다면 영 번거롭습니다.
표 가격도 기차표를 미리 살 때처럼 왕창 할인 되는 게 아니라서,
인터넷 예매의 큰 장점은 없어요.

아일랜드 버스표 예매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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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과 무지. 그리고 신앙. 레퀴엠.

제가 레퀴엠 포 어 드림을 재미있게 보았다고 했더니,
친구가 이 독일 영화 레퀴엠도 괜찮은 영화라며 보여줬습니다.
1970년대에 간질병 걸린 20대 소녀가 주인공이에요.
독실한 크리스천 집안의 이 소녀는 간질이 악마의 장난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이들처럼 일상생활을 하고 싶은데,
약을 먹어도 별 차도가 없어요.
신의 도움을 받으려고 동네 신부님을 찾아갔더니,
정신병은 정신병원에서 치료하라고 차갑게 말합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는데 상처받았죠.
신부님도 마음이 편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엑소시즘에 흥미가 많은 다른 신부님을 초청하고,
기도의 도움으로 질병을 이겨내고자 합니다.
그 소녀는 치료중에 결국 지쳐서 죽었데요.
불과 오십 년 전에 독일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말로 설명이 힘든 현상을 목격하면 사람은 겁부터 집어먹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도 생기지만,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죠.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았는데,
내 얼굴이 파란색이라면?
‘어? 내 얼굴이 파라네? 아바타가 된 건가?’
라는 생각 이전에 보통은 비명이 먼저 터져 나올 겁니다.
“으악! 이게 뭐야! 내 얼굴이 왜 이래!”
사람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두려움을 느끼니까요.
낯선 상황에 닥쳤을 때.
신앙인은 절대자에게 어려움을 의지합니다.
그리고 수행자는 스스로 해답을 찾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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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맞이 5일 단식 일기입니다.

슈퍼에서 닭을 특가로 팔길래 왕창 사다 놓고 먹었더니, 뾰루지가 났습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설사도 했습니다.
아마도 육류를 그리 자주 먹지 않다가 갑작스레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가 봐요.
그것이 봄을 맞아서 단식을 한번 하려던 생각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단식을 결정하고 얼마 후에 레퀴엠 포 어 드림이란 영화를 봤습니다.
인간의 욕망과 중독을 잘 표현한 영화죠.
단식하면 쓸데없는 욕심이 많이 줄어듭니다.
이번엔 보식 기간이 끝나고도 식단을 채식주의자에 가깝게 먹어보려고 해요.
저번 보식 기간에 치즈를 먹었다가 목이 많이 말랐던 기억도 있고,
애초에 음식을 맑게 먹으면 보식이나 일상의 식사나 차이가 없으니,
앞으로 단식할 때 부담도 훨씬 적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치즈나 버터 정도는 가끔 사 먹겠지만, 고기를 찾아 먹진 않을 생각입니다.
그 밖에도 녹차, 커피, 설탕이나 꿀 성분이 들어간 식품을 멀리하려고 합니다.
사다 놓았던 커피도 거의 다 마셨으니, 통을 비우면 더 안 사다 놓으려고요.
잼이나 초콜릿, 파이, 케이크 등도 먹는 양과 빈도를 줄일 생각이에요.

오 일 단식 요약

처음 7일 단식을 할 땐 날이 갈수록 살이 빠져서 거울만 봐도 단식을 하는 게 보였으나,
이번 5일 단식은 단식 마지막 날까지도 거울로 봐선 단식 여부를 알기 어려웠습니다.
혈색이 좋았고, 살도 특별히 빠지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특이한 점은 단식 기간에 잠이 엄청나게 쏟아졌다는 점입니다.
하루 중 반은 잠들어 있던 것 같네요.
이것은 밥따로 물따로 식사법을 처음 시작할 때 잠이 오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아닐까 합니다.
세포가 조율되는 과정에서 잠이 쏟아지는 것 말이죠.
단식 후 조석식으로 바로 넘어갔을 때,
낮에 갈증이 심하게 났습니다.
보식 첫날도 그랬고, 둘째 날도 그랬어요.
단식 후 처음 보는 대변이 시원하게 잘 나왔습니다.
처음 단식 때 힘주느라 고생했던 게 떠오르네요.
몸이 점점 단식에 적응해 가는가 봅니다.
단식 첫날부터 보식 첫날까지는 치약을 사용하지 않고 소금으로만 양치했습니다.
보식 기간엔 음식을 아주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는 게 소화에 큰 도움이 되네요.

단식 전날

식사
아침 - 건강 쿠키 하나(호두,아마씨,통밀,녹색 렌틸,귀리,코코넛,옥수수 전분,블랙 커런트,소금), 식빵 네쪽(호박씨, 통밀,잡곡, 산딸기 쨈, 버터, 땅콩버터, 누텔라)
저녁 - 채소 페투치니(파,마늘,가지, 소금, 후추, 올리브유, 발사믹 식초, 토마토소스), 오백원 동전만한 초코칩 쿠키 3개, 다크 초콜렛 25g
음료 - 탄산수, 녹차 (저녁 먹고 두시간 이후에 마심)

배변
아침에 대변을 보지 않았고,
소변은 저녁에 마신 녹차의 이뇨작용으로 평소보다 화장실을 자주갔습니다.

활동
저녁 먹고 이십분 정도 가벼운 산책을 하였습니다.

단식 첫날

배변
큰일을 봤으나 잔변감이 좀 있습니다.
밤 소변의 색이 평소보다 짙습니다.

활동

산책-'5일 단식'

한시간을 걸었고,
과격하지 않은 춤 강습을 두 시간 들었습니다.


00:30~06:50

비고
배가 별로 고프지 않습니다.
입이 텁텁하고 설태가 끼었습니다.
온종일 추위에 떨었습니다.
날씨가 영상 9도 정도로 그렇게 추운 날씨는 아닌데,
봄이 왔다고 옷을 좀 얇게 입어서 그랬나 봅니다.
신경이 많이 예민하고 짜증이 납니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 술이 깨면서 기분이 가라앉는것과 비슷한데,
그보다 강도가 강합니다.
지나친 음주 다음날 불쾌감이 4 정도라면,
이번 단식 첫날 느낀 불쾌감은 7쯤 됩니다.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색다른 경험입니다.

단식 둘째날

배변
큰일은 보지 않았습니다.
밤 소변의 색이 평소보다 짙습니다.

활동
오전과 저녁시간 합해서 한시간 정도 걸었습니다.


23:10~09:10

비고
어젯밤에 평소완 다르게 열 시부터 눈이 감기더니,
알람도 못 듣고 열 시간이나 잤네요.
몸이 회복되는가 봅니다.
낮에는 몸이 영 상태가 안 좋았어요.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이 있어서 좀 집중을 했더니,
골치가 지끈 아프더라고요.
저녁 다섯 시 경이 되니 몸 상태가 매우 편해졌습니다.
텁텁하던 입도 덜 텁텁해지고,
몸도 한결 가볍습니다.
단식의 기쁨.
그분이 오셨어요.

단식 셋째날

배변
큰일은 보지 않았습니다.
아침부터 소변의 색이 평소보다 짙습니다.

활동

산책-'5일 단식'

한 시간 가량 산책을 했습니다.


23:30~08:10

비고
악몽을 꿨습니다.
딱히 음식이나 물 생각이 나진 않습니다.
전에 삼일 단식 할 때 근력이 많이 달렸는데,
이번엔 크게 근력이 달리는걸 못 느낍니다.
다만 아침에 몸이 좀 무겁네요.
일어나서 좀 움직이면, 몸 상태가 꽤 좋아집니다.
몸이 으슬으슬한 게 추위를 좀 타서, 같이 사는 친구에게 혹시 춥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이십 대 초반으로 겨울에도 반바지 입고 돌아다니는 녀석이거든요.
이 녀석도 춥답니다.
날씨가 추운 거죠 뭐.
이번 단식 때는 유난히 잠을 많이 자는 편이군요.

단식 넷째날

배변
큰일은 보지 않았습니다.
아침부터 소변의 색이 평소보다 짙습니다.

활동
한 시간 가량 산책을 했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스윙댄스를 췄습니다.


00:05~08:05

비고
편안합니다.
아침에도 딱히 몸이 무겁거나 하지 않네요.
몸이 단식에 적응했나 봅니다.
오후쯤 되니, 확실히 몸 상태가 좋군요.
혹시 자다 일어나서 뭐라도 집어먹은 건 아닐까 할 정도로 몸에 힘이 나네요.
다만 날씨가 어제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는 것.
옷을 두껍게 껴입었습니다.
저녁에 춤을 추러 다녀왔는데,
춤을 추고 나니 입이 바싹 마릅니다.
몸에 힘도 빠지고요.
아무래도 격렬한 운동은 단식을 몇 번 더 해야 무리가 없으려나 봅니다.

단식 다섯째날

배변
큰일은 보지 않았습니다.
아침부터 소변의 색이 평소보다 짙습니다.

활동
한 시간 가량 산책을 했습니다.


00:00~10:00

비고
정말 말도 안 되게 잠을 자는군요.
동물이 겨울잠 자는 것도 아니고...
몸이 어디가 망가져서 회복하느라 그런 걸까요?
잠을 푹 자서 그런지 확실히 몸 상태가 좋긴 하네요.
좀 쌀쌀한 게 계속돼서 냉증인가 싶었는데,
아침 기온이 0도랍니다. 봄 기온이 아니네요.^^;
날씨가 추워서 그런 거지, 단식 때문에 특별히 추위를 탄 건 아닌듯합니다.
점심때쯤 장을 봐 왔습니다.

채소-'5일 단식'

채소를 두둑이 사왔죠.
과일을 뭘 살까 하다가 키위를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팔더라고요.
제가 키위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고 이렇게 단식 끝나는 기념 선물을 주네요.
한국 돈으로 치면 여섯 개에 삼백원?
그냥 주는 거나 다름없죠.^^;
평소에 아침으로 먹던 잡곡 빵과,
가지, 마늘, 파스닙, 당근, 버섯, 아몬드 따위로 식량 창고를 가득 채워놨습니다.
오후엔 몸 상태가 별로 안 좋습니다.
뭘 해도 주로 컴퓨터를 쓸 때가 잦은데,
스크린을 보면 골치가 아픕니다.
하긴 이건 꼭 단식 중이 아니라도 그렇긴 한데, 오늘은 좀 심하군요.
전부터 생각하긴 했지만, 컴퓨터 사용량을 점차 줄여가야겠습니다.

보식 첫날

식사

아침 - 건강 쿠키 하나(호두,아마씨,통밀,녹색 렌틸,귀리,코코넛,옥수수 전분,블랙 커런트,소금), 식빵 세쪽(호박씨, 통밀, 잡곡), 그릴에 구운 키위 하나, 9회 죽염 약간
저녁 - 건강 쿠키 하나(호두,아마씨,통밀,녹색 렌틸,귀리,코코넛,옥수수 전분,블랙 커런트,소금), 채소구이와 쌀밥 (파스닙 한 개 ,당근 세 개, 양파 두 개,마늘 세 통,밤나무 버섯 다섯 개,밥 반공기, 9회 죽염),오븐에 구운 키위 하나.
물 - 저녁 먹고 2시간 이후에 마심, 음양탕 (찬물+더운물) 500ml, 카모마일차 한잔, 레몬 계피차 800ml, 40도짜리 위스키 한 잔(다른 음료 다 마시고 20분 후)

배변
큰 일은 아직 보지 않았습니다.
오전 소변이 단식중의 다른 날보다 옅습니다.

활동
산책을 한시간 정도 했습니다.


00:00~04:40
13:30~15:20

비고
전날 밤에 컴퓨터 앞에 앉아있기가 유난히 피곤하더군요.
그래서 전원을 일찍 끄고 일찍 누워서 책 좀 보다 잤습니다.
아침에 알람을 맞추어 놨는데 알람 시간보다 한 시간 반이나 일찍 눈이 떠졌네요.
단식기간 중 말도 안 되게 잠이 많더니, 이번엔 평소 자는 시간보다도 적게 잤어요.
평소엔 적게는 6시간 많게는 8시간까지 자는 편입니다.
드디어 대망의 아침 식사 시간.
쿠키 하나와 식빵 세 쪽을 먹는데 무려 45분이 걸렸습니다.
워낙 수분이 적은 음식이라 삼킬 수 있을 때 까지 씹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목이 메지만 키위를 바라보며 꼭꼭 씹어 삼켰습니다.
그리곤 키위를 먹는 시간.
차갑지 않게 그릴에 살짝 구워 먹었습니다.
단식 후에 사과나 파인애플을 먹었을 땐 그 단맛이 아주 강했는데,
키위는 단맛이 그리 강렬하지 않았습니다.
크기고 작으니 단식 후 먹기 좋은 과일 같아요.
양치 후에 거울로 보니, 혓바닥이 붉은색으로 생기가 돌아요.
아침 먹고 두 시간이 지나니 입이 쩍쩍 마릅니다.
그래도 텁텁하진 않아요.
오후에 산책하고 오니 몸 상태가 영 아닙니다.
잠을 너무 덜 자서 그렇겠죠.
저는 여섯 시간 이상은 자 줘야 몸이 움직이거든요.
그래서 낮잠을 두 시간 잤습니다.
몸이 한결 괜찮네요.
저녁에도 쿠키 먹을 땐 역시 고역입니다. 물기가 없으니까요.
십 분이 넘도록 꼭꼭 씹어 먹었습니다.
밥은 각종 채소를 덮어 구운 밥과 파스닙, 당근구이입니다.
대체로 구우면 단맛이 나는 음식들이라 식사가 꼭 간식 먹는 기분이네요.
물기를 제거한다고 좀 오래 구웠더니 채소 표면이 좀 그슬렸습니다.
밥도 나중에 넣었는데 불과하고 표면이 많이 꼬들거려요.
그래도 물기 하나 없는 쿠키에 비하면 씹어 넘기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밥을 먹는 동안 꺼진 오븐에 키위를 넣어뒀다가,
다 먹고 나서 키위를 찬물에 씻어 껍질을 벗겼더니,
껍질이 아주 얇게 잘 벗겨지네요.
삶은 달걀을 찬물에 담갔다 까면 잘 까지듯 말이에요.
키위가 따끈따끈한 게 달고 맛났습니다.
그리고 물을 먹기 위해 두 시간이 남았죠.
이 시간이 아주 괴롭습니다.
입이 쩍쩍 마르고, 말이 잘 안 나올 정도에요.
음양단식 후에 저녁을 먹고 두 시간 후에 물을 마시라는 건, 이 이유 때문일 겁니다.
아침 먹고도 이와 같은 괴로움이 생기는데 그때 물 안 마시고 견디기가 정말 괴롭거든요.
그리고 저녁 먹고 다시 한번 이 괴로움을 겪어야 하니,
아침은 건너뛰고 저녁만 먹는 게 좋은 방법일듯하네요.^^;
물 시간에 탄산수밖에 없어 거기에 더운물을 섞어 마셨는데,
맛이 영 아닙니다.
역시 음양탕은 탄산 없는 보통 물로 만들어 마셔야 제격 같아요~
물 다 마시고 데킬라 잔에 위스키를 반 잔 정도 채워 마셨는데,
지난번 삼일 단식 때와는 달리 특별히 단 냄새가 강렬하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보식 둘째날

식사

아침 - 건강 쿠키 하나(호두,아마씨,통밀,녹색 렌틸,귀리,코코넛,옥수수 전분,블랙 커런트,소금), 식빵 세쪽(호박씨, 통밀, 잡곡,땅콩버터,올리브유,발사믹식초), 그릴에 구운 키위 하나
저녁 - 채소 파스타 (릭, 당근, 브로콜리, 마늘, 토마토 반 개, 발사믹 식초, 고춧가루, 소금, 후추, 올리브 오일), 사과 하나.
물 - 저녁 먹고 2시간 이후에 마심, 총 1리터 가량.

배변
시원하게 큰일을 봤습니다. (물기가 없어 갈라진 한 덩이, 진한 갈색 바나나 한덩이)
단식 전처럼 보통 소변 색(옅음) 입니다.

활동
산책을 삼십 분 가량 했습니다.


23:50~07:30

비고
자다가 중간에 목이 타서 한번 깼습니다.
아무래도 전날 위스키를 마셔서 그렇겠죠.
아침에 쿠키를 먹기는 전날처럼 어렵습니다.
침이 바짝 마른 상태에서 물기 없는 쿠키를 먹어야 하니까요.
식빵 한쪽은 땅콩 버터를 발라 먹고, 나머지 두 쪽은 발사믹소스에 찍어 먹었습니다.
맛도 괜찮고, 씹어 넘기기도 한결 수월하네요.
키위를 잠깐 그릴에 넣어둔다는데, 깜빡해서 푹 익어버렸습니다.
그래도 뭐 맛은 괜찮아요.
양치하는데 변의가 오더군요.
확실한 신호가 아니면 무시하려고 했는데,
양치를 끝날 무렵 신호가 강렬하게 옵니다.
전에 단식 후 첫 대변은 항상 좀 고생스러웠는데,
오늘은 별 힘도 들이지 않고 잘 빠져나오네요.
전날 식이섬유가 풍부한 저녁 식사를 한 도움인 걸까요?
두 덩이를 보았는데, 색이 짙습니다.
첫 변을 보아 그런지, 몸 상태는 아주 좋군요!
아침 먹고 두 시간 정도 흐르니 목이 많이 마릅니다.
저녁 먹기 전까지 갈증이 좀 났습니다.
저녁밥에 설탕을 뿌린 것도 아닌데, 단맛이 느껴집니다.
아직 몸에 당분이 부족한 편인가 봅니다.
사과는 역시 키위보다 당도가 높네요.
컴퓨터 스크린을 종일 보는 날이 많은데 오늘따라 눈이 유난히 피곤합니다.

보식 셋째날

식사

아침 - 건강 쿠키 하나(호두,아마씨,통밀,녹색 렌틸,귀리,코코넛,옥수수 전분,블랙 커런트,소금), 식빵 세쪽(호박씨, 통밀, 잡곡,땅콩버터,올리브유,발사믹식초), 키위 하나
저녁 - 채소 볶음밥 (쌀, 릭, 당근, 콩, 가지, 시금치, 토마토 반 개, 발사믹 소스, 고춧가루, 소금, 후추, 올리브 오일), 키위 하나.
물 - 저녁 먹고 2시간 이후에 마심, 물 1리터 가량, 카모마일차 한잔

배변
대변을 잘 봤습니다.
보통의 옅은색 소변입니다.

활동
산책을 삼십 분 가량 했습니다.


23:50~07:30

비고
알람이 울리고 더 자긴 했지만, 아침에 눈이 잘 떠집니다.
물기가 없는 쿠키를 먹는 것도 이제는 그리 힘들지 않군요.
저녁때까지 특별히 목이 마르거나 하지 않습니다.
오후가 되니 뱃속에 가스가 좀 차네요.
낮에 어딜 안 나가서 그런듯합니다.
몸이 낮에는 움직여야 편하고, 저녁엔 가만히 있어야 편해요.
해 뜨면 움직이고, 해지면 쉬라는 자연의 목소리를 몸이 받아들이나 봅니다.
밤이 되니 좀 배고프군요.
소화가 잘 되나 봐요.

보식 넷째날

식사

아침 - 건강 쿠키 하나(호두,아마씨,통밀,녹색 렌틸,귀리,코코넛,옥수수 전분,블랙 커런트,소금), 식빵 세쪽(호박씨, 통밀, 잡곡,땅콩버터,올리브유,발사믹식초), 키위 하나
저녁 - 채소 파스타 (당근, 가지, 버섯, 마늘, 토마토 소스, 발사믹 식초, 소금, 후추, 올리브 오일), 키위 하나.
물 - 저녁 먹고 2시간 이후에 마심, 페퍼민트차 1.5리터

배변
대변 봤습니다. (작은 덩어리들.)
보통의 옅은색 소변입니다.

활동

산책-'5일 단식'

산책을 사십 분 가량 했습니다.


23:50~07:40

비고
전날 뱃속에 가스가 차더니, 아침에도 뱃속이 그리 편하지 않습니다.
아침을 먹고 대변을 보았는데, 물에 가라앉는 작은 덩어리들이 나오더군요.
평소와는 달리 냄새도 고약한 게, 이게 숙변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오후까지 가스가 찼는데, 스트레칭을 자주 했더니 가스가 많이 빠져나갔습니다.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하는데 날씨가 좋군요.
단식 전과 비교하더라도, 걷는데 기력이 달리거나 하지 않습니다.
처음 단식 후 보식 기간에 기운이 달렸던 기억이 나네요.^^;

보식 다섯째 날

식사

아침 - 건강 쿠키 하나(호두,아마씨,통밀,녹색 렌틸,귀리,코코넛,옥수수 전분,블랙 커런트,소금), 식빵 세쪽(호박씨, 통밀, 잡곡,땅콩버터,올리브유,발사믹식초), 키위 하나
저녁 - 건강 쿠키 하나(호두,아마씨,통밀,녹색 렌틸,귀리,코코넛,옥수수 전분,블랙 커런트,소금), 잡곡빵, 모듬 채소구이(당근, 가지, 버섯, 마늘, 파스닙,양파, 죽염, 올리브 오일), 아몬드 열 개,키위 두개.
물 - 저녁 먹고 2시간 이후에 마심, 물 0.8 리터

배변
대변 봤습니다.
보통의 옅은색 소변입니다.

활동
한시간 반동안 걸었습니다.


00:10~07:40

비고
이제 물기 없는 쿠키를 먹어도, 목이 메지 않습니다.
아침에 변 상태가 별로 안 좋네요.
아무래도 전날 수분이 너무 많이 들어갔나 봅니다.
하우스 메이트가 부활절에 회사에서 커다란 초콜릿을 줬다고 먹고 싶으면 먹으래요.
보식 기간엔 단 걸 안 먹는데 말이죠.^^;
냉장고를 열 때마다 눈에 보이는군요.
단 게 땡겨요~
배가 고파서 저녁을 좀 든든히 먹었는데,
소화가 잘 되는지, 밥 먹고 조금 있으면 배가 고픕니다.

보식 여섯째 날

식사

아침 - 건강 쿠키 하나(호두,아마씨,통밀,녹색 렌틸,귀리,코코넛,옥수수 전분,블랙 커런트,소금), 식빵 세쪽(호박씨, 통밀, 잡곡,땅콩버터,올리브유,발사믹식초), 키위 하나
저녁 - 건강 쿠키 하나(호두,아마씨,통밀,녹색 렌틸,귀리,코코넛,옥수수 전분,블랙 커런트,소금), 볶음밥(가지,버섯,마늘,양파,죽염, 올리브 오일), 당근,파스닙 구이, 아몬드 다섯 개,키위 두개.
물 - 저녁 먹고 2시간 이후에 마심, 페퍼민트 차 1.5 리터

배변
대변 봤습니다.
보통의 옅은색 소변입니다.

활동
삼십분 걸었습니다.
한시간 반동안 스윙 댄스를 췄습니다.


00:10~07:40

비고
오늘도 대변의 상태가 별로 안 좋습니다.
어젠 물도 많이 안 마셨는데, 채소를 너무 많이 먹은 걸까요?
대체로 몸 상태는 좋은 편입니다.

보식 마지막 날

식사

아침 - 건강 쿠키 하나(호두,아마씨,통밀,녹색 렌틸,귀리,코코넛,옥수수 전분,블랙 커런트,소금), 식빵 세쪽(호박씨, 통밀, 잡곡,땅콩버터,올리브유,발사믹식초), 키위 하나
저녁 - 병아리콩,두부,콩나물 볶음, 현미 밥, 잡곡 빵, 아스파라거스, 코울슬로, 토마토 반 개, 배 한 개
물 - 안마심

배변
대변 봤습니다.
보통의 옅은색 소변입니다.

활동
삼십분 걸었습니다.


00:50~07:30

비고
대변의 반이 설사처럼 나왔습니다.
두 가지가 의심됩니다.
채소를 많이 먹어서 그렇거나, 아침에 빵에 찍어 먹는 발사믹 소스(올리브유,발사믹식초)가 속에 안 받는 경우에요.
우선 오늘 저녁부터 물기가 적은 곡물 위주의 식단으로 바꾸어 봐야겠습니다.
몸 상태는 좋은 편입니다.

일반식 첫날

식사

아침 - 쌀밥, 단무지, 버섯볶음, 콩소세지, 감자구이, 밀가루 빵, 식물성 스프레드, 토마토 구이 반 개, 호두, 해바라기씨, 말린 크렌베리, 살구, 무화과, 모듬 과일 조각(키위, 오렌지, 사과, 멜론, 포도) 약 사과 한 개 분량
저녁 - 스파게티(토마토,마늘 소스), 야채 볶음(가지,두부,시금치,피망), 잡곡빵, 타히니, 토마토 한 개, 사과 타르트
물 - 저녁 먹고 2시간 이후에 마심, 백차 330ml

배변
대변 안봄.
보통의 옅은색 소변입니다.

활동
삼십분 걸었습니다.


11:20 ~ 05:40
14:30 ~ 15:20

비고
뭘 잘못 먹어서 속이 안 좋았을 수도 있지만,
음식을 충분히 씹지 않고 넘겨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음식이 거의 죽이 되도록 씹어 넘겼어요.
물 시간에 목이 마르지 않으면 물을 마시지 않았으며,
일반식 이 일차부턴 대변 상태가 황금색 튼튼한 변으로 돌아왔습니다.
음식을 아주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는 게 소화에 큰 도움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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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사람들은 어떤 채소를 즐겨 먹을까?

이곳에서 지낸 지 벌써 반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이곳에선 한국에서 쉽게 보이는 콩나물, 숙주나물, 마늘종 등을 만나긴 어려워요.
예전에 보았던 ‘콩나물로 한 달 반찬 하기’라는 유머가 생각나는군요.
콩나물 아니라면 아일랜드에선 도대체 뭘 먹고 살아야 할까요?
이곳에서 주로 먹는 채소를 정리해 봤습니다.

빨간 무 (Peppery Radish)

이 무는 샐러드용으로 좋습니다.
양상추와 이 무를 팍팍 썰어서,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만 뿌려줘도 맛좋은 샐러드가 완성되죠.
거기에 토마토와 치즈를 좀 곁들인다면 금상첨화입니다.

Peppery Radish-'Irish Vegetable'

작은 양배추(Brussel Sprouts)

호두알만한 작은 양배추입니다.
삶아서 주요리와 곁들여 먹는 편입니다.
작지만 든든한 양배추에요.

Brussel Sprouts-'Irish Vegetable'

마늘 (Garlic)

마늘이야 뭐 특별할 것 없죠.
다만 이곳에서 제가 자주 먹는 마늘은 통마늘입니다.
마늘은 껍질을 까는 게 영 귀찮은데,
통으로 되어있어서 껍질 까기 편해요.
맛은 마늘 맛입니다.

Garlic-'Irish Vegetable'

부추 (Leek)

사전을 찾아보니 부추라고 나오는군요.
생긴 건 대파처럼 생겼습니다.
아주 특대 대파로, 속이 꽉 찼어요.
볶음 요리에 넣어 먹으면 좋습니다.

아스파라거스 (Asparagus)

저는 아스파라거스를 주로 오븐 구이 요리에 이용합니다.
깨끗이 씻어서 적당한 크기로 잘라 주요리와 함께 구우면 맛있어요.
특별히 손질할 필요도 없어 참 마음에 드는 채소입니다.

Asparagus-'Irish Vegetable'

파스닙 (Parsnip)

이곳 아일랜드에서 처음으로 본 채소입니다.
생긴 건 당근인데, 한국의 한약방에 가면 풍기는 향이 나요.
조리법은 감자처럼 조리하면 됩니다.
튀겨도 먹고, 쪄도 먹고 수프로 끓여도 먹고 참 요리 방법이 다양해요.
저는 주로 구워서 먹는데,
오븐에 구워 먹으면 군고구마 비슷한 맛이 납니다.
맛있어요.

Parsnip-'Irish Vegetable'

*당근 케이크 (Carrot Cake)

이건 덤입니다.
후식으로 좋은 당근 케이크이에요!
한국에선 빵집 가면 티라미슈나 치즈 케이크를 주로 먹었는데,
여기선 이 당근 케이크를 주로 먹습니다.
뭐 특별할 것 없어요.
파운드 케이크에 당근이 들어간 단순한 케이크죠.
아일랜드 당근 케이크 맛있어요!

Carrot Cake-'Irish Vege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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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단편. 여행 만필, 얼마나 높은 산인가? - 2010년 태국.

도이인타논 국립공원-'얼마나 높은 산인가?'

오토바이를 빌려 타고 냅다 달린다.
태국의 지붕이라 불리는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
아침부터 먼지를 뒤집어쓴다.
큰 트럭이 앞에 지나갈 때면,
더욱 괴롭다.
먼지도 많이 나고,
가끔은 커다란 바퀴에서 자갈이 튀어나오니까.
오토바이 운전 실력을 쌓아오길 잘했다.
단지 삼 일.
그동안에 제법 태국의 오토바이 문화에 익숙해졌으니까…
‘생각보다 가깝잖아?’
숙소에서 조금 일찍 나오긴 했지만,
오전 중에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할 줄은 몰랐다.
얼마 달린 것 같지도 않은데.
“자. 여기에 외국인이라고 표시하고 이름 쓰고 들어가요.”
국경일인가?
입장료도 받지 않고 들여 보내준다.
안내소에서 공원 지도를 받으니,
공원의 규모가 어렴풋이 짐작된다.
나는 지금 서울역에 도착 한 거고,
명동과 올림픽 공원.
거기에 여의도까지 하루 만에 다 돌기는 무리다.
지도에서 꼭 가고 싶은 한 곳 찍었다.
나머지는 시간이 남으면 들리기로 하고 출발이다.
목표 지점은 정상에 있는 산책 코스.
올라가는 길에 폭포 하나 구경하고,
마을에 들렀다.
마을 입구의 식당.
‘이렇게 먹는 거요. 뭐가 되었든 입으로 들어가는 거면 돼요.’
허공에 밥 퍼먹는 시늉을 하니,
뭔가 요리를 해서 주신다.
나도 밥을 먹고, 오토바이에게도 밥을 준다.
‘자~ 배 좀 채웠으니, 기분 좋게 출발!’
정상은 마을에서도 한참이다.

도이인타논 국립공원-'얼마나 높은 산인가?'

고도가 올라갈수록 날씨가 차가워진다.
정상에 오르니 손에 감각이 없다.
겉옷을 꺼내 입었지만, 장갑은 없었기에.
분명 아래 동네는 따뜻했는데,
위에 올라오니 찬바람이 쌩쌩 분다.
이 싸늘한 바람이 인간의 자존심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정도까지 다가오면,
따뜻하게 대하지만,
자존심을 뭉개고 넘어가려는 이에겐 찬바람을 뿜어 댄다.
낮은 언덕을 닮아 가자.
누가 밟고 넘어가더라도 따뜻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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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일랜드의 아름다운 바닷가. 자이언트 코즈웨이.

산에서 바라본 바다-'Giant Causeway'

더블린에서 자이언트 코즈웨이까지 혼자 가기엔 교통편이 영 애매합니다.
일단 벨페스트까지 가서, 자이언트 코즈웨이행 교통수단을 구해 가야 하거든요.
그래서 투어를 신청해 다녀왔습니다.
자이언트코즈웨이 투어에 덤으로 끼워준 Derry와 Carrick-a-rede Rope 다리는 뭐 그저 그래요.
멀리까지 찾아가서 볼만하진 않더라고요.
Derry에선 올 5월에 재즈페스티벌이 열린다는데, 제가 좋아하는 Jive Ace가 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만약 근처 살면 그때 다시 오는것도 괜찮겠단 생각이 들긴 했어요.

산에서 바라본 바다-'Giant Causeway'

자이언트 코즈웨이는 한번은 가볼 만한 아름다운 곳입니다.
투어를 하면 자이언트 코즈웨이 앞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인증샷-'Giant Causeway'

짧은 시간 안에 유명한 벌집 모양 현무암 해변에서 인증샷이나 몇 방 찍고 돌아가니 별 감흥이 없을듯 해요.
저는 점심을 안 먹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이 여유로웠습니다.

산에서 바라본 바다-'Giant Causeway'

자이언트 코즈웨이에서 제가 본 최고의 절경은 산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자이언트 코즈웨이에요.
절벽으로 둘러싸인 바다는 마치 달이 거꾸로 뜬 것을 보는 듯 환상적인 풍경이에요.
‘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봄이라 개나리도 활짝 피어서 경치를 더욱 살려주었어요.
멋진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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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불교의 대표 경전. 금강경과 화엄경.

중국 운남 보자흑 불상 동굴

두 불교 경전을 읽었습니다.
금강경(金剛經)은 대한불교 조계종의 소의 경전이고,
화엄경(華嚴經) 또한 잘 알려진 대승불교 경전으로 화엄종의 소의 경전이죠.
금강경은 내용이 축약적이나 좋은 가르침을 잘 담았다고 느꼈고,
화엄경은 말이 좀 길어 약간 지루했는데, 불법을 풀어서 쉽게 이해시키기 위함인 듯합니다.
그중 중생의 상태에 따라 올바른 법을 설하는 방법.
그리고 세간과 출세간에 대한 설명을 특히 재미있게 잘 보았어요.
불교가 중국을 걸쳐 우리나라로 전파될 때,
어떠한 가르침을 주로 설했는지 발자취를 보는 것도 즐겁네요.:D


금강경[금강반야바라밀경]의 흥미로운 가르침.

수보리여 구도자는 자기집착이 전혀 없이 보시 행을 해야 하니 보시하는 물건이나 보시 받는 사람에게 집착하는 마음을 없앨지니 이와 같은 보시 행이 참다운 보시이다. 이와 같은 보시 행을 하더라도 보시하여 오는 결과를 바라지 말지니 생각 두어 바란다면 시장상인과 똑같으니 사고파는 그 행위와 무엇이 다르리오?

생사열반은 본래 평등하니 멸도가 없다.
사상이 있으면 중생이요 사상이 없으면 부처이다.

사상(四相)

  • 아상(我相) - 나라는 생각
  • 인상(人相) - 너라는 생각 (상대적인 존재)
  • 중생상(衆生相) - 다른 존재로부터 상대적인 이득과 만족감을 얻고자 하는 생각
  • 수자상(壽者相) - 좀 더 오래 살려는 생각 또는 이미 일어난 일을 담아두는 생각(다음 인과를 가져 옴)

밥을 먹어 주린 창자를 달랠 줄 알면서도 법을 통해 어리석은 마음을 고칠 줄 모른다. 행과 지혜를 갖춤에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 자기도 이롭고 남도 같이 이롭게 하는 것은 새의 두 쪽 날개와 같다.

화엄경[대방광불화엄경]의 흥미로운 가르침.

젖은 나무에는 불이 잘 피지 못하는 것과 같이 불법 안에서 게으른 자 또한 그와 같습니다.
한편 불을 피울 때에도 자주자주 쉬게 되면 불길은 약해지고 이윽고 꺼져버립니다. 게으른 자도 이와 같습니다.
게으른 자가 불법을 구한다고 하는 것은 눈을 감고 빛을 보고자 하는 것과 같습니다.

탐욕 하는 중생에게는 보시를 가르치고, 바른 생활을 하지 않는 중생에게는 지계를 가르치며, 성 잘 내는 중생에게는 인욕을 가르치고, 게으른 중생에게는 정진을 가르치며, 마음이 혼란하기 쉬운 중생에게는 선정을 가르치고, 어리석은 중생에게는 지혜를 가르치며, 사랑이 없는 중생에게는 자애를 가르치고, 사람을 상해하는 중생에게는 자비를 가르치며, 마음이 괴로운 중생에게는 기쁨을 가르치고, 애욕이 강한 중생에게는 버리는 마음을 가르칩니다.

지혜가 없는 곳에서는 지혜가 날 수 없으며 세간은 항상 어두워서 지혜가 나올 수 없습니다. 빛과 빛 아닌 것이 하나가 될 수 없으니 지혜와 무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간은 스스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며, 다른 이가 이룬 것도 아니지만 이루어짐이 있으니 역시 파괴도 있는 것이고, 세간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세간이 파괴도 하거니와 세간을 분명히 통달한 이는 이 둘을 말하지 않습니다.
어떤 것을 세간이라고 하고 어떤 것을 세간이 아니라고 하지만 세간과 세간 아닌 것은 이름만 다를 뿐이며 삼세와 오온을 말하여 세간이라 하고 그가 멸한 것을 세간이 아니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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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알찬도시 더블린의 볼거리.

더블린 시립 미술관 (Dublin City Gallery The Huge Lane)

프랜시스 베이컨을 비롯해 다양한 예술가의 작품이 전시 중입니다.
더블린에서 돌아본 미술관 중 가장 편안한 느낌의 미술관이었어요.

국립 미술관 (National Gallery)

‘국립’임에도 규모는 아담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 있어요.
몇 점의 그림을 감상하고 나오면,
직접 그림을 그릴 기회를 줍니다.
의자에 앉아 색연필과 크레파스로 걸작을 완성하세요.:D

콜린스 배럭스 국립 박물관 (National Museum Collins Barracks)

이것저것 다양하게 전시되어있습니다.
제가 갔을 땐 아쉽게도 아시아 미술품 관이 문을 닫았었어요.
본 전시관도 괜찮지만,
옆에 창고처럼 딸린 창고 전시실이 마음에 듭니다.
나무나 흙, 각종 금속으로 만든 전통 피겨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콜린스 배럭스 국립 박물관-'Dublin Attractions'


아일랜드 현대 미술관 (Irish Museum of Modern Art)

주로 사진이 전시되었습니다. 기차역에서 가까워서 코크에 돌아오기 전에 들렀었죠.
사진도 꽤 볼만하고, 미술관 앞 정원도 거닐기 좋습니다.

체스터 비티 도서 미술관 (Chester Beatty Library Galleries)

책의 역사가 숨 쉬는 곳입니다.
예전엔 책을 어찌 만들었는지, 책 속의 삽화가 시대에 따라 어찌 변했는지 등 흥미로운 게 많아요.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종교 서적 전시관도 한 층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책과 종교의 발자취를 따라 다니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체스터 비티 도서 미술관-'Dublin Attractions'


템플 바 거리 (Temple Bar Street)

보행자 거리로, 거리의 음악가들이 곳곳에서 연주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무래도 술집 거리이니 밤에 술 한잔하는 게 좋았겠지만,
숙소에선 거리가 좀 돼서, 나오기 귀찮더라고요.^^;
낮에도 활기가 넘치는 곳입니다.

템플 바 거리-'Dublin Attractions'


성 스테판 공원 (St. Stephen’s Green)

꽤 규모가 큰 공원이고, 사람도 엄청나게 많아요.
평일 오후에 갔음에도, 공원 초입엔 발 디딜 틈이 없어요.
사람으로 잔디밭을 가득 메웠습니다.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면 좀 숨통이 트입니다.
그럴싸한 호수도 있고, 꽤 멋진 공원이에요.

메리언 스퀘어 (Merrion Square)

도심 속에서 잠시 나무 아래 앉아 휴식을 취하고 싶거나,
꽃밭을 걸으며 봄기운을 내기 좋은 곳입니다.
한적한 편이라 좋아요.

메리언 스퀘어-'Dublin Attractions'


피닉스 공원 (Phoenix Park)

공원이라기보단, 들판에 가깝습니다.
공원을 가로지르는 도로 말고는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았어요.
유럽에서 가장 큰 공원이라고 들었는데,
이 너른 들판에 순록이 모여 삽니다.
사실 온종일 이 공원에서 보낼까 하고 찾았는데,
갑자기 날씨가 너무 추워져서 잠깐 떨다가 나왔어요.

피닉스 공원-'Dublin Attrac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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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를 오십 년 동안 기다린 낭만주의자 이야기. 콜레라 시대의 사랑.

전보 배달하는 소년과 부잣집 딸내미의 로맨스.
둘은 사랑에 빠지지만, 아버지는 반대합니다.
아주 통속적인 이야기죠?
이렇게 끝나고 좀 힘들어하다 말면, 평범한 이야기일 테지만,
플로렌티노는 페르미나를 무려 51년 9개월 나흘 동안 기다립니다.
평범한 이야기 속에 약간의 광기가 첨가 된 거지요.
그동안 페르미나는 의사와 결혼해 애를 몇 낳고 잘 살았고,
플로렌티노는 그 남편이 죽기를 기다린 겁니다.
단지 이십 대 초반에 했던 고백을 다시 한번 하려고 말이에요.
그동안 플로렌티노는 행복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어요.
이 얼마나 불쌍한 인생입니까.
물론 여자를 아예 안 만난 건 아니지만,
만나는 여자에게 딱히 정을 주지 않고, 그저 만났을 뿐이에요.
무려 622명을 말입니다.
하긴 요즘 세상엔 문란하려면 한도 끝도 없죠.
원나잇 스탠드를 밥보다 즐기는 사람에겐.
622명이면 오 년이면 채우겠군요.
요즘은 모든 게 속성에 길들어 있으니까 말입니다.



이 영감님은 70살 넘어 까지 행복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살았어요.
‘아 페르미나. 그녀만 있다면 행복할 텐데.’
라며 한평생을 살아온 거죠.
조건이 충족되어야 행복한 사람은,
그 조건이 충족되는 순간 행복을 느낍니다.
그리곤 얼마 후 또 다른 조건이 생겨나죠.
그래서 삶 대부분을 불행하게 지내다 죽습니다.
이 영화는 콜롬비아의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였다는데,
기회가 닿으면 책도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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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의 자연, 더블린 국립 식물원

꽃-'National botanic garden'

봄입니다. 이럴 땐 역시 꽃피는 산으로 들로 마실을 가는 게 제격이죠.
그래서 더블린 북쪽에 있는 아일랜드 국립 수목원을 찾았습니다.
입구에 발을 딛자 알록달록 꽃이 발랄하게 환영인사를 건네요.

숲 길-'National botanic garden'

키가 커다란 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걷기도 하고,
세계의 선인장의 대표를 모아 놓은 듯한 선인장 관에서는 살면서 처음으로 신기한 선인장도 보았습니다.

솜털 선인장-'National botanic garden'

그 선인장 중에 특히 눈에 띈 건 솜 같은 가시로 온몸을 덮고 있는 선인장이었어요.
겨울에도 따뜻하겠더군요.
선인장도 털갈이하는지는 모르겠네요.^^;

산책나온 오리-'National botanic garden'

그리고 새들이 노니는 냇가에 앉아 잠시 쉬고 나니 금방 반나절이 흐릅니다.
더블린에 처음 도착했을 땐 영 시끌벅적한 게 코크가 역시 살기 좋다 느꼈는데,
이 수목원 하나 덕분에 더블린도 꽤 살만한 동네처럼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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