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그리고 연애 이야기. 비기너스.
오랜만에 멜로 영화를 한 편 보았어요.
비기너스는 장면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가족에 대한 회상.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의 연애 장면.
지금 만나는 여자에게 자신의 지난 추억을 속삭입니다.
서로에게 끌려 달곰한 연애를 하고는, 같이 살기로 마음을 먹은 그들.
좋아 죽겠던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게 점점 일상이 되어 버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르겠다.’
‘과연 이게 내가 찾던 걸까?’
‘넌 행복하니?’
‘난.. 모르겠다.’
뭐 이런 권태가 찾아오는군요.
권태가 찾아오지 않는 커플은 아직까진 한 번도 못 봤어요.
여자를 떠나보내고 남자는 바보처럼 벽에 머리를 박고 생각합니다.
‘난 뭘 한 거지?’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연애하다가 권태를 느껴 헤어진 경험 말이에요.
목소리만 들어도 설레고,
손을 잡고 입을 맞출 땐 하늘을 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뭔가 빠진듯한 기분.
이 영화를 보며 뭐가 문제였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선.
서로 제대로 알지 못하고 연애를 시작한데서 문제는 시작됩니다.
하긴 누가 상대방을 완벽하게 알고 나서 연애를 시작하겠어요.
자기 자신도 완벽하게 아는 사람이 드문데 말이죠.
그리고 상대를 알아갈수록 다른 모습은 자기에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서로 제한하려고 하지요.
‘난 그거 싫은데 그건 좀 주의해줄래?’
‘저번에 보니까 그게 좀 그렇더라. 이건 이래 주면 좋겠어.’
서로 좋아하니까.
상대가 싫어하는 걸 안 하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그런 과정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걸 느꼈었어요.
‘이건 내가 보기엔 잘못된 거니 내가 치료해 주겠어!’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바꾸려 든다면 서로가 지칩니다.
헤어진 어느 날 남자는 전화를 합니다.
여자가 그에게 물어요.
왜 나를 떠나 가도록 했어? (Why did you let me go?)
그들에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요?
남자도 여자도 홀로 지낼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대사를 들으니,
요즘 즐겨 듣는 노래가 문득 떠오르는군요.
그대 왜 나를 그냥 떠나가게 했나요?
이렇게 다시 후회 할 줄 알았다면,
아픈 시련 속에 방황하지 않았을 텐데.
사랑은 이제 내게 남아있지 않아요.
아무런 느낌 가질 수 없어요.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by 月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