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거지.ㅋㅋ"
내가 쓴 글을 읽으면서 웃어본게 언제던가.
중학교때까지만 해도 이리저리 끄적이는걸 참 좋아했는데,
컴퓨터와 이야기하는 재미에, 컴퓨터를 이해시키는 글을 쓰게되면서,
사람을 이해시키고 웃게만드는 글을 쓰는 일이 없어졌던것 같습니다.
'글쓰기세포가 죽었어.'
그 어린시절 글들은 비록 어설프고, 투박했지만 살아있었는데 말이죠.
어떻게든 그 죽어나간 글쓰기 세포를 살려보려는 마음도 있고, 혹은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혹시 글쓰기에 관련된 책들을 보면 세포를 깨우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이 책을 읽게 되었어요.
글쓰기 필수 비타민 50을 읽은 소감은 한마디로 이야기 하자면 이렇습니다.
'이게 뭐야. 초등학교를 야간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다 알만한 내용들이잖아!'
하지만 중학생 정도만 되도 알만한 이 내용들을 저는 다 잊고 있더군요.
글쓰기 필수 비타민 50은 그 잊고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알려주는 참 고마운 책이죠.
잊고 있던 것들도, 원래 모르던 것들도 골고루 들어있는 비타민 같은 책 입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딱딱하지 않아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단 거에요.
자 그럼, 필수 비타민 50을 적용하여 일기를 한번 써 보겠습니다.
# 일기
음... 오늘의 날씨는 맑음이다. 그래서 내 기분도 덩달아 너무 좋다. 오늘은 친구들이 만나졌다.
130일정도 만인가? 오랜만에 만났으니 소주에 시선을 집중시켜야 한다.
우리의 오랜만의 술자리가 이루어졌다.
어제는 술을 안마셨었다.
그러니까 아무래도 오늘은 '술'이 잘 받을꺼야.
'나는 지금 술을 마시러 가고 있는 중이다. 조금있으면 술을 마시는 중이 될꺼라 생각하는 중이다.'
나는 술집입구로 돌입했다.
"이렇게 가지는 술자리가 얼마 만이냐!"
친구들을 만나고부터 소주를 한잔씩 마시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친구가 따르는 술을 술잔에 채워받았다. 나도 반가운 마음을 담아 친구의 술잔에 술을 가득 채워주었다.
친구를 만나면 술자리를 통해 서로간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된다.
너무 오랜만에 선보이는 술자리에서 우리는 술잔을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를 펼쳤다.
한친구는 오래전에 소식이 끊긴 친구의 근황을 밝혔다.
너무 모처럼만에 접하는 소식이었다.
그 친구랑은 개인적으로 친분은 잘 없지만 어쨌든 고등학교 동창이니까 소식이 마냥 반갑다.
우리들은 고등학교때부터 10년넘게 만나온 친구들로 여러해째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1~12년은 되었나? 그렇지만 꼭 길게 만나서 프랜드쉽이 형성되어진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천천히 친구화되었다.
그나저나 술 잘마시는 장본인인 친구가 늦는구나.
그 친구나 나 둘중에 누가 더 술을 잘 마시는지는 언제나 친구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지금은 틀린동네에 살지만 예전엔 같은동네에 살며 매일 같이 함께 '술'을 마시곤 했는데..
어쨌든 우리는 술이 좋아했다.
맥주도 소주를 마시는것도 모두 말이다.
아무튼간 어쨋든간 이렇게 친구와 술을 마시는것은 말이다.
이에 이어서 이후로 우리는 아르바이트도 함께 했었다.
그리고 게임도 함께 했었다.
그렇다.
최악의 글쓰기 샘플을 만들어 보려고 썼는데, 어떤가요? 참 정신없죠?
위에 쓴 일기를 읽기 거북한 이유가 뭘까요?
1. 도입부가 너무 일상적이라 지루하네요.
2. 접속어를 남발했어요.
3. 글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아요.
4. 필요없는 숫자를 사용했어요.
5. 피동형을 많이 써서 힘이 없군요.
6. -시키다를 쓸땐 주어 이외의 주체가 있어야 해요.
7. '이루어지다'는 '성사되다,구성되다'의 뜻으로 사용되야 하죠.
8. 단순과거로도 충분한것에 대과거를 사용했네요.
9. 아무곳에나 현재진행형을 사용하는군요.
10. '가지다'를 너무 범용으로 쓰면 안되죠.
11. 같은 의미의 단어를 중복해서 사용 했어요.
12. 강하고 자극적인 표현은 어울리는 곳에 써야죠.
13. 쉽게 풀어 쓸 수 있는 말을 어렵게 쓸 필요는 없어요.
14. ~에 대해는 문장을 어색하게 하는일이 많죠.
15. '통하다'를 너무 범용으로 썼네요.
16. '펼치다'의 쓰임은 다양하지만, 봐가면서 써야죠.
17. 새로운것도 아닌데 '선보이다.'를 쓰는건 어색해요.
18. 중요한것도 아닌데 '밝힌다.'를 썼네요.
19. 모처럼만에 = (아주 오래간만에)만에. 이상하죠?
20. 너무가 너무 많아요.
21. '개인적으로'는 '집단,전체,조직,공공'등과 대립되는 개념으로만 써야죠.
22. 문맥상 복수인걸 짐작할 수 있을땐 '들'을 쓰지 않는게 자연스러워요.
23. 물결표엔 단위를 확실히 써야해요.
24. 영어나 한자어는 꼭 필요하지 않다면 피하는게 좋죠.
25. '접하다'를 너무 범용으로 쓰지 말아요.
26. 어떤 일의 시작을 알리는 내용과 '부터'를 함께 쓰는것은 의미의 중복이죠.
27. '하다'를 붙여서 동사나 형용사를 만들 수 없는 명사에만 '-화하다.'를 달아요.
28. '장본인'은 나쁜 의미에요.
29.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화제다' '주목된다' '눈길을 끈다'등의 상투어구는 쓰지 않는게 좋아요.
30. '다르다' 와 '틀리다'는 달라요.
31. 작은따옴표를 남발하지 말아야 해요.
32. 중복이 많군요.
33. 단어와 구절의 급이 안맞아요.
이정도로 줄이고, 이날의 일기를 다시 한번 써 볼게요.
# 일기
"뭐 이렇게 찾기가 어려워?"
두 친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있는 술집에 찾아가 빈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 녀석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얼굴을 봤으니 사개월만이구나.'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나누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랑이야기가 화두가 되었다.
친구 젬니의 오래 전 사랑이야기에 관련해 한참을 떠들다 보니 일 마치고 우리에게 오는중인 친구가 문득 생각났다.
"야 황은 아직 잘 만나고 있냐?"
잠시의 침묵.
"아 그러고 보니 너 못본지 4개월 밖에 안되었지만, 그동안 많은일이 있었지."
모자를 눌러쓴 규철이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랫동안 연애를 해왔던 황은 이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새로운 애인이 생겼단다.
"너는 어때?"
규철이가 질문을 던지고는, 두녀석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응 나도 얼마전에 헤어졌어."
내 대답에 규철이는 짝소리나게 손뼉을 치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럴줄 알았어. 어떤 여자가 자기 두고 떠돌아다니는 남자 옆에 붙어있겠냐. 하하."
'내가 너무 이기적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이 있을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소주는 한병 두병 비워지고.. 규철이의 말에 순대국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는 술만 마시면 술국이 땡기더라. 술국먹으러 가자! 황한테 순대도 내가 가르쳐줬어."
황은 비위가 약해서 못먹는 음식이 참 많았다.
고등학교때는 삼만가지쯤 되었는데, 하나씩 극복해서 이제는 삼천가지정도 빼고는 다 먹는편이다.
"사장님~ 소주 한병이랑 술국 하나 주세요."
잠시후 몇가지 반찬들과 함께 김이 모락모락 나는게 아주 맛있어 보이는 술국이 나왔다.
간이 안되어있었기에 셋이서 숟가락을 들어 소금을 넣고, 새우젓도 넣어가며 만족스럽게 간을 맞추었다.
"오우 맛있는데? 한잔하자."
간이 잘된 술국에 만족하며 한잔 마셨을 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황.
오랜만에 만나는 녀석을 바라보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야! 너 왜 갑자기 늙었냐?"
여행을 떠나기전에 황을 보았던 날이 생각난다.
황이 영업일을 하며 일주일에 육일 이상은 밤새도록 술마시며 사람들을 상대하던 그때.
분명 피곤에 쩔어있었다.
'그땐 많이 피로해 보이긴 했어도 생기는 느껴졌었는데.'
오랫동안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져서 힘이 없어 보이는걸까?
'혹시 나도 그렇게 보일까?'
왜 사랑이 끝날 땐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일차로 호프집가고, 이차로 순대국밥집 가는것처럼 연애의 마지막도 자연스럽게 지나갈 순 없는걸까?
그렇게 자연스럽다면, 연애의 마지막날 따위는 오지 않을텐데.
어쨌거나 술국이 담긴 뚝배기의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은 우리는 황의 집으로 옮겨가 소주를 몇병 더 마시고 잠이 들었다.
너무 많은 술을 마신터라 몸은 비명을 지르지만,
마음만은 즐거운 하루다.
두번째 일기가 좀 나은가요?
내공을 쌓아서 좋은 글을 쓰고 싶어요. :D
by 月風